중앙인사위원회가 18일 발표한 ‘공무원 계급제 개편 방침’은 정부수립 후, 멀게는 왕조시대부터 유지돼온 우리 관료 인사제도의 골간을 바꾸는 것으로 파장이 예상된다. 미국식 직위분류제의 도입은 1963년 첫 도입에 실패한 뒤 ‘연구과제’로만 남아온 문제였다.중앙인사위측은 이번 개편 방안이 계급제와 직위분류제를 절충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법 입안의 주무부서인 행정자치부를 비롯, 사실상 전 정부부처가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실현 가능성은 솔직히 불투명하다.
직위분류제는 1923년 미국에서 ‘분류법’(Classification Act) 통과 후 시행해온 것으로 직무분석을 통해 직무의 종류, 난이도, 중요도를 평가한 ‘직무값’으로 보수 등급을 결정하는 제도다. 가령 1급 공무원이 보직돼온 기획실장 자리도 직무분석을 통해 결정된 일정 요건만 갖추면 다른 계급의 공직자가 임용될 수 있다.
중앙인사위는 3급 이상 공무원의 계급제를 폐지하는 대신 미국의 SCS, 영국의 SES처럼 ‘고급공무원단’을 구성, 직무의 성격에 따라 임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경우 계급간·부처간 인사의 벽이 허물어짐은 물론, 민·관의 벽도 제거, 공직사회의 전문성과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중앙인사위는 새 정부 출범 후 새롭게 도입한 개방형 임용제, 목표관리제, 연봉제, 성과급제 등 각종 개혁조치가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도 현행 계급제에 원인이 있다고 보고 있다. 목표관리제의 경우 시범 부처에서 조차 시행을 중단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대수술’없이는 어떤 공직사회의 개혁조치도 소용이 없을 것이라는게 중앙인사위측 판단이다. 4급 이하 공무원에 대해 시행될 보수등급제는 계급제 외에 9-10단계의 보수등급을 별도로 설치하겠다는 안으로 사실상 계급제 폐지의 전단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시행에 따른 걸림돌이 너무 많다. 직위분류제 시행의 전제조건은 각 부처의 직무에 대해 공직사회가 수긍할 수 있는 객관적인‘값’을 매기는 작업이지만 중앙인사위도 마땅한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상태다.
계급제 폐지에 따른 공직사회의 불안이 집중돼 있는 것도 이 부분. 새 제도가 시행되더라도 자신의 직무에 대해 책정된 등급과 보수를 수긍할 공직자는 많지 않을 전망이며, 자칫 큰 혼란에 휘말리게 될 가능성이 있다. 유승우기자 sw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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