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감시의 눈 혈세낭비하다 '큰코'이달초 부산 지역 시민단체가 공무원 비리로 횡령산 산사태 복구공사비 17억여원이 낭비됐다며 부산시를 상대로 예산환수운동에 나서 공무원들이 바짝 얼어붙었다.
이들은 ‘공익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시민 1,000명으로 원고인단을 구성하고 이달말에는 검찰수사와 별도로 시민감사권도 청구할 계획이다. 공무원 비리나 정책실패로 인한 예산낭비를 막기 위해 납세자 소송 입법 청원도 준비중이다.
지난해에는 서울 부산 인천 등 전국에서 시민단체들이 시장과 도지사의 판공비 지출내역 공개를 요구, 파문을 일으켰다. 국민 혈세를 ‘눈 먼 돈’이라고 마구잡이로 쓰다가 낭패를 보게 된 것이다.
이런 흐름들에 대해 부산 경실련 하재필(河在弼) 간사는 “시민들은 자신이 낸 세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감시하고 잘못 집행됐을 경우 돌려받을 권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제 NGO(비정부기구)가 정책결정의 중요한 참여자이자 행정감시의 첨병으로 등장한 것이다. 이들은 이미 언론에 이어 ‘제5의 부(府)’로 일컬어지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공무원들은 NGO 간부들의 눈치보기에 급급하다.
경인운하 건설을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 4월 중순, 환경단체 간부들이 환경부를 찾았다. 건설의 타당성이 의심스러운 운하를 눈 앞의 경제성만 따져 건설한다면 생태계 파괴가 불보듯 뻔한데 주무부처가 팔짱만 끼고 있다고 따지기 위해서였다.
이들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담당 국장은 물론, 관련 간부들이 외출조차 못하고 대기했다. 예전같으면 문전박대를 당했을 텐데 돌아갈 때는 담당 과장이 1층 현관까지 따라내려가 배웅했다.
최근에는 네티즌들의 사이버 행정감시까지 가세해 공무원들을 꼼짝 못하게 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개설한 홈페이지에는 공무원들의 업무소홀과 늑장 민원처리, 불친절에 대한 비판이 매일 쏟아져 들어온다. 인터넷에 덜미가 잡혀 문책을 당한 공무원도 속출하고 있다.
행정자치부는 지난 4일 국가 홍보 홈페이지를 개설했다가 오류 투성이라는 네티즌들의 항의가 빗발쳐 곤욕을 치렀다. 한글 창시자 사진으로 영조의 영정을 올려놓는 등 온갖 부실이 지적되자 급기야는 운영을 중단하고 6월에 다시 개설키로 했다.
서울시의 한 공무원은 “NGO와 네티즌의 눈이 무서워 발가벗고 일하는 기분”이라며 공무원 노릇하기가 고달퍼졌다고 토로했다.
올해 안에 ‘전자정부법’이 제정되면 인터넷으로 행정기관의 업무처리과정을 샅샅이 알 수 있게 된다. 정보를 독점한 소수의 관료가 정책을 좌지우지하는 밀실행정은 그만큼 발디딜 틈이 없어지게 되는 셈이다. 최근 방한한 미국 시카고대 수전 루돌프 교수는 “시민운동이 활발해지면서 세계적으로 정부의 영향력이 크게 줄어들고 NGO 운동가들이 주역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정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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