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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대의 학자들](3) 김동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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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대의 학자들](3) 김동춘 교수

입력
2000.05.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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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적 사회과학'의 대표논객“‘비판적 사회과학’이란 말이 요즘은 꽤 낯설게 들리네요.” 첫 질문이었다. 탈근대 담론 등장 이후 특히 그런 것 같다고 넌지시 덧붙였다.

“나도 벌써 구좌파가 됐죠”라며 그는 멋쩍게 웃었다. “아직도 계급, 민족, 국가, 분단을 잡고 이야기 하니까.”

서울 구로구 홍동에 아담하게 자리잡은 성공회대. 새로운 진보적 학문의 1번지라 불리는 곳. 5·18 전날인 17일 성공회대 연구실에서 김동춘(金東春·41) 교수를 만났다. ‘5·18세대’로서, ‘비판적 지식인’의 계보를 계승하며 ‘비판적 사회과학’의 대표 논객으로 주목받는 그다.

“남은 사람이 별로 없다보니까 관심을 가져주는 것 같다”고 말하지만 오직 그를 보고 학교를 옮겨온 성공회대 몇몇 학생들의 뜻은 무엇일까. 강준만 교수가 그토록 거품을 물고 평가한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그에 대한 관심은 5·18 이후 집단적으로 학술운동을 펼치며 등장한 2세대 비판그룹의 마지막 주자라는 것 때문인지 모른다.

80년대 중반 결성된‘산업사회연구회’ ‘역사문제연구소’라는 학술단체에 초창기부터 개입해 주도해 왔고, ‘참여연대’ 정책위원장을 맡으며 이론과 실천 양면에서 맹렬한 활동을 펼치는 그의 모습이 혹시 비판적 지식인의 마지막 전형은 아닐까.

하지만 그는 이런 저런 유행에 상관없이 줄곧 자기 길을 걸어왔다. 계급문제에 대한 관심이 사그러들 때쯤 ‘한국사회 노동자연구’(1995)를 내놓았고, 비판사회과학의 인기가 완전히 땅에 떨어졌을 때도 ‘한국사회과학의 새로운 모색’(1997)을 펴냈다. ‘민중적·해방적 관점’이란 80년대 문제의식을 품으면서도 한국적 현실에 발 디딘 이론. 그것을 위해 그는 역사라는 사실의 그물망에 닻을 내렸다.

긴 호흡의 면밀한 사실에 대한 탐색을 통한 성찰과 비판. 동시에 외래이론의 수입에 의존하는 지식층의 허약한 체질에 대한 비판이기도 했다. 달리 말하면, 그것은 비판 사회과학의 새로운 출발점이었다. 누가 따라오건 말건.

최근 내놓은 ‘근대성의 그늘’ 역시 그 연장선상이다. 이번에는 노동문제에서 민족·가족·교육 등 사회일반으로 외연을 넓혔고, 통시적으로는 근대 전체를 아우른다. 그는 “한국의 근대는 냉전체제, 한국전쟁 등의 제국주의 압력을 통해 억압적 국가체제, 자본주의적 물질만능주의, 도덕의 부재라는 파행적 근대였다”고 말한다.

특히 새롭게 제출한 것은 ‘신가족주의’. “믿을 것은 가족밖에 없다라는 극단적 신가족주의가 파행적 근대화와 결합하면서 무도덕·연대의 부재·무관심 등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내달에는 한국 근대 비판의 연속선에서 한국전쟁을 다룬 책을 새로 발표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근대비판의 대안은 무엇인가? “서구적 근대화로 가자는 것은 아니다. 탈근대 또한 공허한 면이 있다. 통일은 근대 국민국가의 완성을 의미할 것이다.

문제는 어떤 통일 국가를 만드느냐는 것이다. 그것은 근대의 완성이란 측면과 함께 근대 극복이란 이중적 과제다.” 비판 사회과학이 짊어져야 할 과제는 여전하다. 그리고 그 과제 만큼 그가 해야할 일도 여전히 쌓여있다.

● 약력

1959년 경북 영주에서 태어나 서울대 지리교육학과를 졸업했다. 서울대 대학원에서는 사회학 석사를 받은 뒤 1993년 ‘한국 노동자의 사회적 고립’으로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7년부터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로 재직중이다.

▲저서 :‘1960년대의 사회운동’(1991) ‘한국사회노동자연구’(1995) ‘한국사회과학의 새로운 모색’(1997) ‘분단과 한국사회’(1997) ‘근대성의 그늘’(2000)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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