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유수 은행들이 생존을 위해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대형화를 서두르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지방 소규모 은행이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18일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미국의 뉴저지 델라웨어 펜실베니아 등 3개주에 불과 120여개의 지점을 갖고 있는 커머스 뱅코프 은행은 매년 평균 16%의 성장률을 기록, 다른 은행들의 평균 성장률 9%를 훨씬 뛰어 넘고 있다. 지난 5년동안 주가 상승률도 은행 평균치 118%보다 2배가 넘는 무려 278%를 기록했다.
이 은행이 급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대형 은행들의 틈새를 파고든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 M&A로 몸집을 불린 대형 은행들이 비용절감과 효율성 제고를 위해 지점 축소와 자동화 시스템 도입에 주력하면서 일반 고객들의 편의를 무시하는 점에 착안, ‘고객 중심의 은행’으로 다가 간 것이다.
설립자인 버넌 힐 2세(55)는 햄버거 체인 회사인 맥 도널드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어 은행을 고객이 편히 들릴 수 있는 곳으로 바꾸었다. 각종 수수료를 없애고, 대출 이자를 낮추었을 뿐아니라 지점에 목욕탕 등 편의시설까지 마련했다. 1994년에는 미국에서 최초로 일요일에 은행문을 열었다. 이로 인해 대형은행 직원들의 불친절과 높은 수수료에 실망했던 고객들이 커머스로 발길을 돌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커머스의 지난해 말 여신은 5년전에 비해 2배가 많은 56억달러로 증가했다. 이는 대형은행이 뉴저지주에서만 올리는 여신의 반에도 못미치는 규모이지만, 커머스의 빠른 성장에 주목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커머스는 올해말까지 30개의 새로운 지점을 열 계획이다.
커머스는 고객에 대한 보다 나은 서비스를 위해 추가로 들어가는 막대한 손실은 예금이율을 경쟁 은행보다 적게 지급함으로써 충당하고 있다. 실제 퍼스트유니언 은행의 올해 1·4분기 예금 이자율이 5.6%인 반면, 커머스는 3.24%에 불과했다. 이처럼 낮은 이자에도 불구하고 커머스를 찾는 고객들은 증가하고 있다. 이는 이자율의 고저보다 은행의 편리함을 선호하는 고객들을 집중 공략한다는 커머스의 전략이 적중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권혁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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