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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평양가는길 절차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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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평양가는길 절차 합의

입력
2000.05.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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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대강의 밑그림이 그려졌다. 오는 6월12일부터 14일까지 평양에서 열릴 남북 정상회담의 실무절차를 양측이 합의한 것이다. 남과 북은 18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실무접촉에서 15개항에 달하는 정상회담 실무절차 합의서에 서명했다.지난달 22일 1차 실무접촉을 시작한 이래 다섯 차례만에 이뤄낸 타결이다. 합의서에 따르면 남측 대표단은 수행원 130명, 취재기자 50명으로 구성된다. 양측이 마지막까지 실랑이를 한 것은 남측기자단 규모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양측이 자제와 양보를 거듭하면서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 낸 것은 성숙한 남북관계를 위한 진일보한 성과라고 평가하고 싶다.

당초 남측이 제시한 방북 기자단의 규모는 80명이었다. 이 숫자는 지난 94년 김영삼-김일성 정상회담을 준비할 때 양측 실무진간에 이미 합의됐던 규모다. 그럼에도 북한이 마지막까지 남측 보도진 숫자를 줄이는데 집착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은 자연스럽지 못했다. 북한이 주요정책에 관한 한 지켜오고 있는 유훈통치 명분에도 걸맞지 않는 사례로 유감스럽다.

이 합의서는 김대중대통령과 김정일국방위원장 사이에 최소한 2-3차례의 ‘상봉과 회담’이 있을 것임을 명기하고 있다. 필요할 경우, 그 횟수를 늘릴 수 있다고 부연하고 있다. 아직도 북한식 사고와 용어에 익숙지 못한 형편에서는 ‘상봉’은 무엇이며, 또 ‘회담’은 어떤 것인지 정상회담을 통해서라야 이를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회담의제에 대해서 양측은 ‘두루뭉실하게’ 넘어갔다. 물론 두 정상이 만나 못나눌 얘기가 없을 줄은 알지만, 그래도 의제가 보다 구체적으로 적시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 합의서는 또 남측 대표단이 북측지역에 체류하는 동안 ‘북측의 안내와 질서에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다. 양측은 상대를 자극할 수 있는 행사는 자제하는 것이 옳은 태도다. 중요한 것은 정상들이 지속적으로 만나야 한다는 점이고, 만나서 한반도 평화정착의 길을 찾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한반도의 해묵은 숙제를 풀기 위해 당사자인 남북이 직접 나섰다. 두 정상이 열린 마음으로 역사를 대면하고 민족의 문제에 다가간다면 한반도의 21세기는 반드시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되리라는 믿음이 생긴다. 민족상잔의 6·25전쟁이 일어난 지 꼭 50년이 되는 해다. 지난 반세기 넘게 불신과 증오로 치달아온 한반도의 냉전질서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종식의 계기를 맞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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