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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박두 / 백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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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박두 / 백치들

입력
2000.05.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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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토론이 한순간 혼음파티로돈과 기술 놀음에 정신을 잃어 버린 영화의 ‘본성’을 찾아 주자는 영화 운동이 ‘도그마 95’ 선언의 요체다. ‘킹덤’의 라스 폰 트리에가 발제한 이 운동에 일단의 감독들이 동참했고, 1998년 첫 결실인 ‘셀레브레이션’(감독 토머스 빈터베르그)이 칸에서, 지난해 국내에 개봉됐다.

자연광, 핸드헬드 카메라, 실제 시간과 영화적 시간의 일치 등 선언의 원칙에 따라 두번째 만들어진 영화가 ‘백치들(Idioterne)’이다. 라스폰트리에가 감독을 맡았다.

1998년 칸에서 공개돼 파문을 일으켰다. 국내에선 남녀의 혼음 장면이 무삭제로 심의 통과됐다해 파문이 일었다. 그러나 여기서의 섹스는 ‘애나벨 청’이 일으켰던 섹슈얼 담론과는 거리가 멀다.

평상시에는 지적인 토론을 즐겨하는 이들이지만 어느 순간 백치가 되는 스토퍼(보디 조르겐센)와 그 무리들. 그들은 침을 흘리며 울부짖고 제대로 걷지도 못한다(못하는 체 한다).

이들과 첫 대면한 카렌(안느 루이스)은 처음엔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지만 그들을 지켜 보면서 어느덧 그 저항과 고통에 동참하게 된다. 백치들의 독립된 공간이 박탈될 위기에 처하자 카렌은 광란적인 혼음파티를 끝낸 후 서로 헤어지기로 한다.

그녀는 왜 바보가 되기로 했을까. 그녀 내면에는 사고로 죽은 자신의 아이에 대한 죄의식이 흐르고 있었다. 극적 구성과 그들이 왜 ‘바보 짓’을 선택했는가에 대한 인터뷰가 삽입됐다.

‘킹덤’에서 현란한 카메라 움직임을 보여 주었던 라스 폰 트리에는 이번에는 오히려 차분한 화면으로 영화 속 담론에 더욱 충실하도록 유도한다.

지식체계로 위장된 인간의 본성이 나신 속에서 그 빛을 드러내듯, 영화 속 진실 역시 현대적 영상기술의 때를 벗어 버리고서야 드러난다는 도그마의 이상과도 흡사하다. 영화 형식과 내용이 교묘한 일치점을 이루는 것이다.

라스 폰 트리에는 4일만에 시나리오를 썼고, 6주만에 촬영을 끝냈는데, 그것도 4,000달러짜리 싸구려 비디오 카메라 3대를 사용했으며, 제작비는 겨우 300만달러(36억원)밖에 들지 않았다. 영화 음악은 나중에 사운드를 입히는 것이 아니라 촬영장에서 녹음한 현장음이며, 감독 크레딧도 나오지 않는다. 20일 개봉. 오락성★★★ 작품성★★★☆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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