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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영화제 / 작고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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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영화제 / 작고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풍성'

입력
2000.05.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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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쾌하고 즐거운 영화, 그러나 문제작이나 화제작은 없다. 올해 칸영화제는 무거움을 털어버렸다. 본선경쟁작(23편)이 공개되면서 이런 평가는 더욱 강해지고 있다. 더 이상 대중성과 먼 영화제가 되지 않겠다는 것이다.심사위원장인 뤽 베송 감독이 말한 “관객없는 영화는 안된다”는 말도 이런 배경이다. 결혼이나 남녀의 관계, 가족을 소재로 한 것이나, 꼭 그렇지는 않지만 스페인과 이탈리아 영화가 빠진 것도, 독립영화들이 많은 것도 우연이 아니다.

거장이나 스타 감독들의 작고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들. 올해 칸영화제는 세계 곳곳의 사랑에 대한 다양한 묘사들로 가득하다. 장인이 옛 애인과 결혼해 가족관계가 뒤틀리는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의 ‘더 골든 보울’이나 계급을 뛰어 넘은 사랑의 고통을 다룬 ‘춘향뎐’은 해피엔딩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19세기 일본 사무라이의 동성애를 다룬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고하토’는 유머러스하고. 패스트 푸드점에서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일하는 여자들의 제짝찾기를 그린 미국의 아모스 콜렉 감독의 ‘패스트 푸드, 패스트 우먼’과 살인혐의를 받는 버스운전사의 납치극과 그 대상이 된 남매의 가족 이야기를 담은 일본 신예 아오야마 신지 감독의 ‘유레카’는 독립영화이다.

홍콩 왕자웨이 감독의 ‘화양연화’도 두 쌍의 남녀관계이고, 대만 에드워드양의 ‘하나, 둘…’은 전통가족구조와 첨단 자본주의의 충돌을 다뤘다. 미국 코엔 형제는 ‘오디세이’를 현대판으로 변주해 오락적인 ‘형제여, 어디 있는가’를 내놨다.

미국 독립영화 닐 라뷰트의 ‘간호사 베티’역시 손진한 여성이 TV드라마에 나오는 미남의사를 동경해 찾아가는 즐거운 사랑의 이야기이다. 스웨덴 로이 안데르손의 ‘2층에서 들리는 노래’역시 요란하지 않은 음악으로 휴머니즘을 찬미한다. “칸영화제도 빈곤해졌다” “베를린영화제가 별볼일 없으면, 칸도 볼일 없다”

그나마 평론가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작품은 4편 정도. 덴마크의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어둠 속의 댄서’는 그가 도그마 선언을 깨고, 처음 뮤지컬을 만들었다해서, 영국 좌파 거장인 켄 로치의 ‘빵과 장미’는 멕시코 이민자를 통해 미국 본토에서 자본주의를 공격하면서 자기 색깔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특히 체코 출신으로 시력을 잃어버린 한 여성의 슬픔과 죽음을 다룬 ‘어둠 속의 댄서’는 스토리의 비극성, 미국 이민자에 대한 편견과 사형제도의 비판, 아이슬랜드 여가수 비욜크의 열연으로 각국 기자와 평론가 1,000여명의 박수와 눈물을 이끌어내 장르 특성상 ‘춘향뎐’의 최대 적이자 황금종려상의 가장 강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제임스 그레이 감독의 ‘더 야즈’역시 사회비판적 요소가 강해 감독상 후보로 꼽히고 있다. 남편과 아내의 불륜을 다룬 스웨덴 여감독 리브 울만의 ‘불신’은 인물을 한 공간(집)에 두고 서로의 관계와 심리를 절묘하게 연결한 잉마르 베르히만의 각본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이 작품들이 평론가들의 평가와 관객들의 반응대로 수상을 차지할지는 미지수. 지난해 어려운 경제현실을 다룬 벨기에 다르덴 형제의 ‘로제타’를 택한 데다, 이번에 질 자콥 집행위원장이 전통적인 스타일, 귀와 눈과 가슴이 즐거운 영화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밝힌 것을 감안하면 올해 칸영화제의 주인공은 정말 가볍고 아름다운, 아시아 영화가 될 가능성도 높다. ‘춘향뎐’도 그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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