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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제발 동강을 내버려 두라

입력
2000.05.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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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주춤하던 동강댐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 그동안 환경단체들의 지속적인 반대운동과 국민적 반대여론에 부딪쳐 동강댐은 사실상 백지화로 정리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최근 정부당국은 ‘홍수조절 전용댐’으로 이름만 바꾼 아류작으로 동강댐 건설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전체적인 의견이 백지화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했던 ‘영월댐 건설 타당성 종합검토를 위한 공동조사단’이 어느날 갑자기 홍수조절 전용댐을 유일한 대안인 양 전면에 내세우는 것을 볼 때 정부는 애초부터 동강댐을 백지화할 생각이 없었거나 동강댐을 강행하기 위해 계획적으로 음모를 꾸며왔다고 밖에 달리 생각되지 않는다.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풍부한 생태계와 천혜의 자연경관도 그렇지만 동강지역 일대의 지질학적인 불안정성으로 인해 동강은 댐이 들어설 자리가 아니었다. 더구나 세계적으로 대형댐의 비효율성과 반환경성에 대해서는 누차 문제가 제기됐고 그린피스, 시에라클럽, 세계자연보호기금(WWF), 지구의 벗, 월드워치연구소, 보스앤즈 등 세계적인 환경단체들도 “구시대적인 수자원및 습지 정책이 생태적으로 중요한 한국의 동강을 위협하고 있다”며 동강댐 반대운동을 적극 지지한 바 있다.

이와 병행해 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다가올 물부족 사태에 대비하고 물절약 정책의 실질적인 성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물절약 범국민운동본부’라는 기구를 만들어 범국민 캠페인을 벌여왔다. 이는 그동안 수량확보에만 주력해 왔던 공급위주의 물정책에서 탈피, 절약과 수질보호를 통한 수요관리 위주로의 정책전환을 위한 노력이자 동강을 살리자는 뜨거운 의지였다.

동강 보존운동은 문제가 발생한 후에 접근하는 사후 대처방식의 환경운동이 아니라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이 사전에 문제점을 지적하고 언론이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된 모범적인 사례였다. 더구나 33일 동안의 동강댐 반대 농성과 일련의 운동과정에서 보여준 국민들의 관심과 지지는 가히 폭발적이었다. 이것은 동강댐 반대운동이 환경보전을 실천하려는 적극적인 각성으로 승화된 상징적인 국민운동이었다.

이처럼 전국민과 환경단체 그리고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동강댐 백지화 의지는 이미 거역할 수 없는 대세로 굳건하게 자리잡았다. 이러한 여론에 힘입어 지난해 8월6일 김대중 대통령은 개인적인 의견으로나마 “동강댐을 안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고 총선 기간이던 3월21일에는 민주당도 동강댐 반대를 당론으로 확정하기에 이르렀다. 국민들은 이러한 일련의 과정속에서 정부의 공식적인 백지화 선언을 인내심을 갖고 기다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환경보존이라는 국민적인 요구를 무시하는 정부당국의 행태는 도를 더해가고 있다. 정부는 더이상 얕은 술수로 국민들을 혼란에 빠뜨려서는 안된다.

시민환경단체들은 제2의 동강댐 반대운동에 다시 불을 짚이기 시작했다. 환경운동연합은 동강댐 완전 백지화를 위해 모든 시민단체들을 아우르는 범국민 연대기구 구성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며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반대운동에 나설 것이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동강에 어떠한 인공 구조물도 설치하지 않는 동강댐 완전 백지화이다. 또한 민관 공동조사단을 파행 운영하고 이를 방관하는 총리실 수질개선기획단을 비롯한 반환경적 정부기구와 관련자들의 문책이다. 정부는 더 늦기전에 여론에 부합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최열·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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