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준총리의 명의신탁 부동산과 관련한 서울 행정법원원의 판결 내용은 많은 사람들을 착잡하게 한다. 판결은 박총리가 “세금을 적게 내고, 고위 공직자 재산과다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 제3자에게 부동산을 명의신탁 했다”고 밝혔다. 판결직후 박총리는 “공인으로서 물의를 빚어 유감”이라고 표명했지만,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박총리의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그의 퇴진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런 총리의 모습을 봐야하는 국민은 정말로 민망하기 짝이 없다.부동산 명의신탁을 법적으로 문제 삼을 수는 없다. 그런 방식으로 부동산을 소유하는 것이 상식으로 통했던 때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박총리가 고위 공직자가 아닌‘자연인 박태준’이라면 도덕적으로도 굳이 비난 받을 일은 아니다. 그런 편법 재력가들은 우리 주변에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내각을 지휘하는 ‘국무총리 박태준’에 이르러서는 다르다. 그는 수많은 공직자의 우두머리로서, 그에 걸맞는 도덕성과 품위를 갖춰야 할 책무가 있다. 그럼에도 이번 판결내용은 판이하게 다르다.
더욱 민망한 것은 명의신탁의 당사자가 증여세 부과가 부당하다고 세무당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는 사실이다. 그 많은 부동산과 임대소득이 있으면서, 세금까지 줄이려고 헹정소송을 제기한 것은 너무 하지 않느냐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박총리 측근들은 박총리가 처음부터 소송제기 사실을 몰랐다고 하지만, 모르고 있었다는 것만으로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공직사회에서는 벌써부터 국무총리의 영(令)이 제대로 서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의 시각이 없지 않다. 박총리 자신도 그렇거니와, 공직자들도 어떻게 사회정의를 말하고, 조세의 투명성을 강조하겠느냐는 것이다. 바른 말이다.
이번을 계기로 공직및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납세의식에 대한 적절한 점검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본다. 법적으론 문제가 없으나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만한 일은 없는가, 다시한번 공직자들의 주변을 면밀하게 살펴 보는 것도 좋겠다. 이번 판결이 가져다 준 교훈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박총리는 여러 우여곡절을 겪은 정치인이다. 김영삼 정권초기 그는 사정당국으로부터 집중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 그때 그의 측근들은 정치탄압이라고 항변했다. 그는 어쩔수 없이 일본으로 유랑을 떠나야만 했다. 그때의 항변이 이번 법원판결로 무색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정말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박총리의 현명한 처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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