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자, 도피 28일만인 어제 새벽 검거구권(舊券)화폐 사기사건으로 검찰의 수배를 받아오던 장영자(55·여)씨가 도피 23일만인 17일 새벽 경기 화성군 동탄면 청계리 경부고속도로 하행선에서 붙잡혔다.
이 사건을 수사해온 서울지검 서부지청은 장씨에 대해 사기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어음사기·부도사건 등으로 1982년과 94년 이미 두차례 중형을 선고받고 15년 넘게 복역한 바 있는 장씨는 이번에 또다시 사기극에 휘말려 3번째 구속될 처지에 놓였다.
장씨는 38세 때인 82년 총 피해규모 6,400억원대의 ‘단군이래 최대’어음사기사건으로 남편 이철희씨와 함께 구속되며 당시 금융·수출시장 등 국가경제 전반에 막대한 파장을 끼쳤다. 또 이 사건으로 장씨의 형부이자 전두환 전대통령의 처삼촌인 이규광씨와 은행장 2명, 내로라하는 기업인 등 32명이 구속됐다.
장씨는 당시 정계실력자인 남편 이씨를 내세워 고위층과의 긴밀한 관계를 과시한 뒤 기업자금 지원의 대가로 지원자금의 2-9배 짜리 어음을 받아 이를 사채시장에 유통시키고 돈을 착복하다 덜미를 잡혔었다.
92년 가석방으로 풀려난 장씨는 2년 뒤 사위인 탤런트 김주승씨가 경영하던 회사와 또다른 기업이 장씨부부의 배서로 된 어음으로 모두 70억원대의 부도를 내는 바람에 구속돼 98년까지 4년여동안 복역했다.
44년 전남 목포에서 비교적 부유한 집안의 3남4녀중 3녀로 태어난 장씨가 세번의 결혼경력에도 불구, 늘 돈과 권력의 중심부에 있었던 것은 뛰어난 사교술과 말솜씨 때문이라는 게 주변의 평가.
‘평소 말이 많고 허영심이 강하며 준법정신이 희박하고 자기현시욕이 강하다’는 장씨의 K여중 재학당시 학적부 기록은 이러한 평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특히 숙명여대 재학시절에는 메이퀸으로 뽑히기까지 했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 장씨 명의의 재산은 전무하다”면서 “그러면서도 최고급 빌라에 거주하며 수백억원의 자금을 동원하는 장씨의 능력은 불가사의할 정도”라고 혀를 내둘렀다.
70년대 중앙정보부 차장과 유정회 국회의원을 역임하며 한때 정계의 실력자로 행세했던 이철희씨도 82년 장씨와 결혼한 뒤에는 한차례 옥고를 치르는 등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아왔다. 검찰 관계자는 “이씨가 이번 사건에 개입한 흔적은 없지만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라며 “범인은닉죄 적용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씨는 1차 구속 당시 남편과 함께 옥중생활을 했으나 이번에는 아들 김씨가 이미 구속돼 있어 모자가 함께 복역하는 기구한 운명을 맞게 됐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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