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재벌2세가 공식석상에서 현 재벌 체제가 머지않아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해 재계 안팎에 적잖은 충격을 던지고 있다.최태원(40)SK㈜ 회장은 16일 한국과학기술원 테크노경영대학원에서
강연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재벌체제는 경쟁력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기 때문에 10년 또는 15년안에 자연스럽게 없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최회장은 “언제쯤 그룹 회장에 취임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이미 재벌체제가 과거에 비해 많이 약화했고 앞으로 없어질텐데, 그룹회장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한 뒤 “그룹회장에 취임할 의사가 없다”고 잘라말했다.
최회장은 앞서 ‘정보통신 발전이 미래사회에 미치는 영향’이란 주제강연에서도 “외국인들에게 SK그룹이 건설 통신 정유 상사를 모두 갖고 있다고 하면 의아해 한다”면서 “이런 희한한 기업모델을 재벌 스스로 깨지 못한다면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최회장은 이어 “우리 풍토상 전문경영인들은 최고경영자(CEO) 경영수업 없이 취임하기 때문에 구조조정 등 과감한 변신을 시도하지 못한다”면서 “반면 스스로 판단하고 결단을 내리는 훈련을 쌓은 벤처기업인들은 CEO의 자격을 검증받은 뒤 대기업 전문경영인으로 등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SK 관계자는 최회장의 발언이 화제가 되자 “이미 진행되고 있는 제벌제체 변화에 대한 원론적인 지적이지만 젊은 재벌총수가 스스로를 부정하는 말을 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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