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권화폐 사기사건의 ‘몸통’으로 알려진 장영자(張玲子·55·여)씨가 17일 검찰에 검거됨에 따라 베일에 가려진 이번 사건의 전말과 구권화폐의 존재 여부 등에 대한 검찰 수사가 급진전될 전망이다.◆사건 실체 및 의문점
지금까지 밝혀진 장씨의 사기행각은 모두 5차례에 걸쳐 143억원대. 장씨는 공범 윤모(41·여·구속중)씨와 짜고 지난해 11월부터 올 3월까지 은행 4곳과 사채업자를 상대로 “웃돈을 얹어 구권 30억원을 줄테니 수표 20억~24억원을 발행해 달라”며 접근, 선수표를 발행받아 가로채는 수법으로 사기를 쳤다고 검찰은 밝혔다.
우선 이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거액의 구권화폐를 관리하고 있다”는 장씨와 윤씨의 말만 믿고 쉽게 속아 넘어갔을지는 의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시중은행 지점장 등 금융권의 생리를 잘 아는 피해자들이 쉽게 수표를 건넨 것은 이해가 안된다”며 “이번 사건 관련자들이 장씨와 어떤 관계인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서울 서초경찰서에 적발된 또다른 구권화폐 사기사건의 주범인 김모(34)씨가 지난해 12월 윤씨를 통해 장씨로부터 21억원을 가로채려 했다는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이 사건과 장씨의 관련여부도 밝혀야 할 대목. 검찰 관계자는 “현재로선 장씨가 주범인 것이 거의 확실하다”며“경찰의 수사결과가 나오는대로 장씨와 이들 조직과의 연관성을 밝힐 방침”이라고 말했다.
◆검찰 수사방향
검찰은 우선 장씨가 이번 사건의 주범인 것으로 잠정 결론짓고 5건의 사기행각과 관련한 장씨의 혐의내용에 대해 집중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또 이번 사기극 과정에서 주고 받은 돈의 흐름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사기극의 피해액중 26억원의 행방만 밝혀지지 않고 있고, 나머지 수표 피해규모는 구권이 실제 입금되지 않아 무용지물”이라며 “장씨가 실질적 이득이 없는 이번 사기극을 벌인 이유를 밝히기 위해서도 관련자들간 돈의 흐름 규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와 함께 사기행각 과정에서 드러난 장씨와 윤씨의 갈등을 비롯한 두사람의 관계를 명확히 밝히는 것도 이번 사건의 실체규명에 핵심적이라고 보고 수사를 해나갈 방침이다.
◆구권화폐 있나 없나
이번 사건의 관심사 중 하나인 수천억원대의 구권화폐(은빛 세로선이 없는 94년 이전 발행권)의 존재여부도 실체 규명이 필요한 부분. 검찰은 일단 이번 사건에서 단 한차례도 구권화폐가 실제 확인된 바 없어 존재하지 않는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린 상태. 검찰 관계자는 “구권화폐 소문이 장씨가 사기행각을 위해 지어낸 것인지, 시중에 떠도는 소문을 장씨가 악용한 것인지도 장씨를 상대로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녹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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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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