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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와, 꽃씨잖아!" 생명을 싣고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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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와, 꽃씨잖아!" 생명을 싣고온 편지

입력
2000.05.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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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들어 생명의 향기가 듬뿍 묻어나는 감동적인 편지를 두 통 받았다. 한 통은 얼마전 업무상 도움을 주고 받았던 지인이, 또 한통은 매달 소액의 후원을 하고 있는 사회단체에서 보내준 것이다.첫번째 편지를 받아 개봉하는 순간 나는‘아!’하는 감탄과 함께 잔잔한 감동을 경험했다. 편지속에는 간단한 감사의 문구와 함께 국화씨를 담은 작은 봉투가 들어 있었다.

나를 잊지 않고 편지를 보내준 것도 고맙지만 생명을 보듬은 꽃씨를 함께 보내준 정성과 신선한 아이디어를 생각하니 눈물이 찔끔하고 가슴이 뭉클해졌다. 더구나 선물로 꽃씨를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런데 며칠 뒤 두번째 편지를 받고 또 한번 함박웃음을 지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가을꽃 코스모스씨를 동봉해 보낸 것이다. 학창시절 소풍 길에 나부끼던 코스모스의 군무가 연상되면서 동심의 세계로 빠져 들었다.

당연히 편지를 받은 하루 내내 즐겁게 일했고 지금도 꽃씨만 생각하면 입가에 미소가 절로 난다. 연이어 꽃씨를 받고 보니 어디서 꽃씨 보내기 캠페인이라도 하나 싶어 알아보았지만 그런 건 없었다.

그러고보니 결혼식 등에 참석한 뒤 참석해 주어서 고맙다는 감사의 편지를 참 많이 받았다. 하지만 편지를 자세히 읽고 보관한 적은 거의 없었다. 그저 형식적으로 보내고 받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인사말은 간단히 적고 꽃씨 한웅큼 보내는 것은 어떨까. 더욱이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에 결혼식까지 많은 5월에는 선물을 주고 받는 일이 많지 않은가.

나는 선물받은 꽃씨중 국화는 아버지가 경영하는 경기 용인시의 공장 마당에 심었고 코스모스는 우리집 근처 공터의 양지바른 곳에 심었다. 며칠이나 됐다고 벌써부터 꽃이 필 날을 기다리고 있다. 꽃이 한아름 피어날 때 쯤이면 파란 가을 하늘이 내 마음을 더욱 푸르게 할 것 같다.

/양경욱 서울 양천구 신정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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