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백악관기자실의 ‘터줏대감’ 할머니 헬렌 토머스 기자(79)가 16일 57년간 몸담아 온 현업을 떠났다.미국 UPI통신 소속으로 약 40년동안 백악관을 취재해 온 토머스는 이날 UPI통신이 워싱턴 타임스의 모회사인 뉴스 월드 커뮤니케이션스사에 흡수된 소식이 전해진 직후 “새로운 소유주하의 UPI에 머물 생각이 없다”고 사직의사를 밝혔다. 뉴스 월드사는 통일교재단의 소유이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로즈가든 기자회견에서 “그간 헬렌은 8명의 대통령이 바뀌는 동안 이곳에서 수많은 젊은 기자들과 공보비서관들에게 많은 ‘요령’을 가르쳐 주었다”며 ‘백악관의 산증인’인 원로대기자에게 경의를 표했다.
아노 드 보치그레이브 UPI 사장도 토머스의 사직을 발표하면서 “진실을 추구하는데 있어서 정말 지칠줄 모르는 기자”라며 “새벽 5시30분 백악관에 제일 먼저 나와 밤에 가장 늦게 기자실을 떠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1920년 켄터키주 렉싱턴에서 레바논계 이민의 딸로 태어난 토머스는 웨인 주립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후 1943년 UPI통신의 전신인 UP에서 지방방송기자로 처음 언론계에 입문했다.
남다른 성실성으로 법조담당기자로까지 성장한 토머스는 1960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당선된 후 플로리다주 팜 비치에서 휴가중이던 당선자 가족을 취재한 것을 계기로 재클린 여사를 전담하는 백악관 출입기자로 발탁됐다.
1970년 UPI통신의 백악관팀장이 된 그는 그 후 지금까지 백악관 출입기자단의 좌장으로 맨 앞줄에 앉아 첫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기자회견을 개막하고 “땡큐”라는 말로 회견을 마무리하는 역할을 해왔다.
토머스는 1972년 닉슨 대통령의 역사적인 중국 방문을 수행취재한 유일한 여성기자였으며 지난해에는 두번째 회고록 ‘백악관 앞줄의 여기자(Front Row at the White House)’를 발간했다. 그는 1976년 세계연감에서 미국의 가장 영향력 있는 25명의 여성에 선정되기도했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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