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천황을 중심으로 한 신의 나라’라는 발언에 대한 17일 모리 요시로(森喜朗) 총리의 사과가 극히 부분적인 내용에 그쳐 항의와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모리총리는 이날 낮 참의원 본회의에서 “총리로서 헌법이 정한 주권재민과 신교(信敎)의 자유를 준수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오해를 빚었다면 죄송하며 사과한다”고 말했다.
그는 ‘천황을 중심으로 한’에 대해 ““천황은 시대마다 그 위치가 달라져 왔으며 현재는 국가와 국민통합의 상징”이라며 “주권재민의 인식에 반하는 내용을 말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또 ‘신의 나라’에 대해서는 “특정 종교에 대해 말하려는 취지는 아니었다”며 “결코 천황이 신이라는 취지의 발언은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끝내 문제의 발언을 철회하지는 않았다. 그는 이날 아침 기자들을 만나 “참뜻이 전해지지 않아 오해를 받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사과하겠지만 발언을 취소하지는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모리총리의 사과·해명에 대해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기대에 미치지 않는다고 반발, 이날 오후 긴급 간사장회담을 열어 내각불신임안 제출을 포함한 책임 추궁 방안을 논의했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민주당 대표는 “참의원 본회의에서의 해명은 공명당에 대한 배려에 그쳤을 뿐 국민에 대한 사죄가 아니다”면서 “스스로의 신념에 따라 확신을 갖고 행한 발언을 단순히 실언으로 사과한다고 끝날 문제가 아니다”고 완강한 자세를 보였다.
실제로 모리총리의 이날 사과·해명은 공명당과 그 지지기반인 소카갓카이(創價學會)의 해명 요구가 직접적인 계기였다. “선거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경솔한 발언”이라거나 “총리가 되면 말조심을 해야 한다”는 등의 자민당 내비난·충고에도 그는 ‘내가 뭘 어쨌길래’하는 식이었다.
그러나 16일 오후 공명당이 해명을 요구하고 나서자 자민당은 6월25일 총선에 미칠 영향을 우려, 아오키 미키오(靑木幹雄)관방장관을 통해 모리총리에게 정식 해명을 ‘명령’했다. 모리총리는 이날 참의원 본회의에 앞서 간자키 다케노리(神崎武法) 공명당대표를 만나“특정 종교 두둔이 아님을 확실하게 할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약속하기도 했다.
한편 수요일마다 열리는 여야 당수토론회는 이날 야당의 날카로운 공세와 모리총리의 ‘말주변’을 우려한 자민당측의 거부로 이뤄지지 못했다.
/도쿄=황영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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