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 실언 '황국신민'사고 드러내모리 요시로(森喜朗) 일본 총리가 15일 “일본은 천황을 중심으로 한 나라”라고 말해 국내외적으로 파문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모리 총리는 이날 밤 도쿄(東京)에서 열린 신도정치연맹(회장 와타누키 다미스케·綿貫民輔)의 의원간담회 결성 30주년 기념식에 참석, “일본은 천황을 중심으로 한 신의 나라임을 국민 모두가 분명하게 알 수 있도록 하겠다”며 “그런 생각으로 (의원간담회가) 활동한 지 30년이 됐다”고 밝혔다. 그는 또 “우리가 어렸을 때는 신사(神社)의 사제를 중심으로 지역사회가 형성됐다”며 “지금 나는 정부측에 있어 약간 엉거주춤한 자세지만 앞으로는 (이런 주장을) 전면에 내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도정치연맹은 신도의 중앙기구인 신사본청의 정치단체로 의원간담회는 자민당을 중심으로 조직, 모리 총리도 결성 당시부터 회원으로 참가해 왔다. 이날 모임에는 의원들은 물론 신사본청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평소 실언으로 유명한 모리총리의 이날 발언은 6월25일로 예정된 총선을 앞두고 신도관계자들의 지원을 얻으려는 것이지만 헌법의 ‘국민주권’·‘정교(政敎) 분리’원칙에 어긋나는 데다 과거 ‘황국신민(皇國臣民)’식 사고방식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상당한 물의를 빚고 있다.
하토야야 유키오(鳩山由紀夫) 민주당대표는 “과거 ‘대일본국헌법’에 가까운 사고방식으로 헌법의 국민주권 원칙을 정면으로 부정한 발언”이라며 “아시아 각국에 미칠 영향이 걱정스러워 더욱 심각하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이번 발언을 일제 당시의 ‘교육 칙어(勅語)’를 찬양한 듯한 8일의 문제 발언과 함께 국회에서 철저히 따질 방침이다.
한편 연정파트너인 공명당의 간자키 다케노리(神崎武法)대표도 “신도를 권장하겠다는 뜻은 아닐 것”이라면서도 “종교문제에 관한 발언에는 보다 신중해야 한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일본 지식인들은 “특정 종교단체의 모임이었음을 감안하더라도 총리의 발언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내용”이라며 “평소의 속마음이 드러난 것이라면 더욱 곤란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도쿄=황영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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