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가 전세를 대체하는 현상이 뚜렷하게 감지되고 있다. 이미 월세 비중이 상당했던 상가나 오피스텔의 임대시장은 물론이고 전통적으로 전세임대가 압도적인 아파트마저 전세난을 틈타 월세나 보증부 월세가 자리를 넓혀 간다. 여기에 벤처열기를 탄 빌딩임대도 빠르게 월세로 체질개선을 꾀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머지 않아 전세가 소멸하고 월세 중심의 임대시장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전세가 힘없이 월세에 잠식당하는 이유로 우선 전세가 상승이라는 상황의 변화를 들 수 있다. 천정부지로 뛴 전세가 상승액을 조달할 능력이 없는 세입자가 차액에 해당하는 전세금을 월세로 돌리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분석이다. 이렇게 세입자의 입장에서는 다분히 수동적인 월세선택이 집주인에게 있어서는 능동적인 재테크 수단으로 인식되면서 또다시 월세를 증가시킨다. 전반적인 경기침체로 마땅한 전세금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시중금리보다 훨씬 높은 월 1.5∼2.0%의 금리로 계산되는 월세가 집주인에게 훨씬 호감이 가는 선택이기 때문이다.
전세난의 시발점이었던 분당의 경우 시범단지에 나온 임대형태의 아파트매물 중 70%가 월세였다는 게 조사됐을 정도로 주택임대시장에서 월세형태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벤처바람도 임대시장에 변화를 가져온 요인. 자금사정이 넉넉치 않은 벤처기업의 경우 사무실을 임대하는데 목돈을 묻어두기가 부담스럽기 마련이다. 빌딩소유주도 높은 수익률을 마다할 리 없다.
구조적인 측면에서 이를 분석, 전세시장이 소멸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국토연구원 윤주현 연구위원은 최근 ‘전세시장 여건변화에 따른 대응방안’이라는 주제의 논문에서 102조원 규모의 전세시장이 저금리 추세 등으로 인해 없어지고 월세가 중심이 되는 임대시장이 나타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주택보급률이 전국 평균 93.3%(지난해말 기준)에 달해 주택투자 수요가 크게 감소하고 제도권 금융을 통한 주택구입자금 조달도 용이해져 전세를 안고 주택을 구입하는 수요자가 적어진다는 설명이다. 이제 자금력이 있는 계층은 매매로, 나머지는 보증부 월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예측이다.
진성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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