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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욕 속삭이는 짙은 농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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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욕 속삭이는 짙은 농염

입력
2000.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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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서울연극제 최다 관객을 동원했던 극단 물리의 ‘레이디 맥베스’가 다시 탈바꿈한다. ‘2000년-레이디 맥베스’란 부제가 달린 이 연극은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연극인 특유의 집요한 장인 정신을 보여준다. 1998년 1월 선을 보인 이래 세 번째 개정판이다.2000년판은 텍스트의 재구성과 재창조란 점에서, 한국 포스트모더니즘 버전. 그 내용적 요체는 한국 페미니즘판 ‘맥베스’다. 여기서 레이디 맥베스는 드디어 자기 행위는 정당하다며 항변까지 한다. 원작에는 없는 이 대목은 극을 페미니즘의 절정으로 몰고 간다.

출연진은 전편 그대로. 그러나 레이디 맥베스가 더욱 농염해졌다. 타이틀롤의 서주희가 펼치는 몸짓에는 도전과 선정의 색채가 자욱하다. 그녀는 이번에는 맨발에 얇은 속옷을 입은 채 남편에게 농염한 육탄 공격을 시도, 결단력 없는 남편을 몸으로 부추긴다.

또 음악과 볼거리는 이번 개정판의 큰 자랑이다. 4인조 타악 그룹 공명(리더 최윤상·29)의 출연이 최대의 공신. 양철북 플라스틱북 등 4가지 북, 리코더, 태평소, 피리, 대금, 소금, 실로폰, 놋그릇, 실로폰, 워터폰, 정주(놋그릇), 개량 북, 목탁, 공 등 자신들이 만든 각종 개량 악기를 무대 곳곳에서 연주한다. 인터넷 잡지 밀림(www.milim.com)의 인기 차트에서 국악 그룹으로는 첫 랭크된 실력파다.

당시 음악을 맡았던 원일씨는 북, 징, 워터 폰, 피리 등 간단한 악기를 혼자서 번갈아 연주하며, 몽환적 분위기를 북돋웠다. 악기는 풍성해졌지만, 주제 선율은 초연 당시 원일 작곡의 신비한 곡조를 그대로 살렸다.

국내 물체극의 선구자 이영란씨가 등장, 물체들을 조작하는 것 역시 그대로다. 그러나 이번에는 점토를 덧입혀 가는 등의 여성적 차원이 아니다. 폭력과 잔혹에 초점을 맞춰, 1.5㎙높이의 얼음 조각을 도끼나 톱 등으로 부숴간다. 맥베스가 죽여야 할 던컨왕에 대한 살의를 기르기 위해 그의 얼굴을 재빨리 조각한 뒤, 흉기로 부수는 장면이다. 이 5분간의 얼음 조각을 위해 이씨는 신라호텔에서 두 달 동안 실습을 거쳤다.

‘레이디 맥베스’는 맥베스의 부인이 주인공이다. 맥베스가 손을 피로 물들이며 왕권을 거머쥐기까지, 그의 마음을 부추기며 담금질한 부인 레이디 맥베스의 심리적 궤적에 초점을 맞춰 극작·연출가 한태숙씨가 재창작한 것. 초판 이래, ‘레이디 맥베스’는 다매체 시대를 맞아 발빠른 대응을 보여주며 언제나 버전 업을 꿈꾸고 있다. 20-6월 18일까지 에술의 전당 자유소극장. 화-목 오후 8시, 토 오후 4시 7시, 일 오후 4시. 월 쉼. (02)580-1300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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