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로 떠났던 한 여성이 27년만에 성악가가 돼 고국을 찾았다.1973년 독일에 간호사로 파견됐던 박덕순(朴德順·48)씨는 고학끝에 베를린에서 소프라노로 활동중이다. 박씨는 이런 인생역정을 담은 글이 샘터사 공모 샘터상 제21회 생활수기 부문에 당선돼 16일 상을 받았다.
전남 나주가 고향인 박씨는 돌 지난 무렵 아버지가 한국전쟁에서 전사하면서 어머니가 재가, 할머니 손에 자랐다. 고등학교 콩쿠르에서 1등을 차지할만큼 성악에 재능을 보였지만 학비를 대주는 큰 아버지는 국립인 순천간호학교라야학비를 대줄 수 있다고 했다. 그렇게 입학한 학교니 내과 외과 해부학 같은 수업에는 관심이 없었다. 음악시간에 ‘동심초’를 부르자 음악교사인 이수자선생님이 칭찬하며 “성악 공부를 하라”고 권유했다. “한국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었어요. 독일에 가서 돈을 벌어 성악공부를 하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마포시립아동병원 간호사 1년만에 파독간호사를 지원했다. 독일 남부 슈바인푸르트의 병원에서 1년간 근무한 후 대학을 다닐 수 있는 베를린에 가겠다고 말했다. 의무근무기간이 2년이나 남아있어 ‘향수병’이 있다고 호소한 뒤 석달 월급을 계약때 받았던 비행기 표값으로 환불하고 ‘자유의 몸’이 되었다.
베를린에서는 간호사일을 하며 피아노, 성악 레슨부터 시작했다. 공부하랴, 일하랴 제대로 먹지도 못해 6개월간 결핵을 앓기도 했다. 마침내 1977년 베를린 음대 성악과에 입학했다. 1978년에는 합창단 동료로 3년간 사귄 에버하르트 모어(48)와 결혼도 했다. 공대생이던 남편도 성악가가 꿈이었지만 아내의 소망을 알고는 “한 사람이 예술가가 되면 한 사람은 생계를 책임져야한다”며 엔지니어가 됐다. 남편은 현재 베를린 SFB방송국에 근무한다.
아이 둘을 낳아 키우며 8년만인 1985년에 대학을 졸업했다. 소프라노 아그네스 기벨, 에디트 마티스 등이 스승이다. 박씨는 매년 3-5차례의 독창회를 갖는다. 올해는 6월에 슈투트가르트, 7, 8, 10월에는 베를린에서 독창회가 예약돼 있다. “유명한 성악가가 된 것은 아니지만 내가 세운 꿈에 한 발짝이라도 다가간 것이 스스로 대견하지요”하는 박씨는 “성악가라는 꿈을 심어준 이수자 선생님을 꼭 만나뵙고 싶다”고 했다. 22일 출국한다.
노향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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