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권해효다시 무대로 돌아왔다. 연극 ‘택시 드리벌’ 공연, 직후인 밤 9시부터 새벽 2시까지는 TV 드라마 ‘팝콘’ 녹화. 문자 그대로, 배우 권해효(36)는 요즘 숨돌릴 짬이 없다.
유시어터가 있는 서울 청담동 주택가도 덩달아 몸살이다. 4월 28일부터 시작된 이 연극의 매진 사례 때문. 극장 주변에는 막이 오르길 기다리는 젊은이들이 개막 시간 오후 8시에 맞춰 삼삼오오 앉아 있다.
현재 출연진 가운데 1997년 최민식의 화제작 ‘택시 드리벌’을 보지 않은 사람은 그밖에 없다. 그러나 덕택에 그는 39세 노총각 택시 기사의 애환을 자기 식으로 멋들어지게 연기해 낸다. 코미디적 상황에만 무게 두지 않는다. 삶의 악다구니 속, 더욱 소중한 아름다운 추억에 초점을 맞춰 톤을 가라 앉혔다. 그러나 전체 무대 색채는 너무도 희극적이다. 함께 출연하는 유인촌씨가 “5-10초마다 한번씩 웃긴다”고 하는 말에 과장은 없다.
관객을 빨아들일 듯 타는 눈빛, 우렁찬 발성, 작은 체구에서 발산되는 힘. 무대에 선 그에게는 분명 카리스마가 있다. 그러나 3년 동안, 연극 무대는 그를 잊어야 했다.
IMF 한파 엄습으로 대학로가 된서리 맞는 통에, ‘은실이’ ‘미스터 큐’ 등 방송쪽으로 일자리를 옮긴 게 가장 큰 이유다. 또 지난해 작고한 부친의 암투병 간병에 바쳤던 3년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동안에도 그는 대학로 어디선가 늘 보였다.
연극, 영화, TV를 두루 꿰고 있는 그의 매체관은 독특하다. 영화는 1컷 찍는 데 1시간, 방송은 1컷 찍는 데 1분 소요되고, 연극은 두 달 준비해 두 시간 공연한다는 산술법이다. 또 영화는 배역과 출연료, 방송은 배역보다는 시청률 수준, 그러나 연극은 예술적 가치. 배우로서, 그가 갖게 된 매체별 작품 선정 기준이다.
성공적 컴백. 그는 요즘 어서 마흔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꾸 한다. 연기판에서 불혹의 나이는 퇴물이나 마찬가지지만, 그때가 돼야 비로소 진지하게 인생을 연기할 수 있는 나이일 것 같아서다. 이후 20년 동안은 즐기면서 연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제부터 그는 무척 바빠질 것 같다. 일초가 아쉬운 나날이지만, 일어나면 자전거 타고 아들 유진(19개월째)과 놀아 주는 일을 빼먹어 본 적은 없다. ‘택시 드리벌’은 6월 11일까지. (02)3444-0651
장병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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