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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워치] 노근리, 매향리, 그리고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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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워치] 노근리, 매향리, 그리고 미국

입력
2000.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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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미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에 의한 양민학살사건에 관한 심층보도를 내보낸 직후 전해진 일화다. 주한미국대사관에 한 남자가 항의전화를 걸어왔다. 이 사람은 미국의 언론기관이 한국군의 베트남양민 학살사건을 거론하는 이유는 6·25 당시 노근리 양민학살사건을 물타기하려는 술책이라며 “미국정부가 나서서 그같은 보도의 재발을 방지해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한 마디로 미국사회에 대한 불신과 무지를 드러낸 처사였다. 그러나 가볍게 넘기고 말 일만도 아니다. 이 남자의 목소리에는 한미간의 각종 현안이 불거질 때마다 등장하는 미국의 대한(對韓) 음모론이 짙게 배어 있기 때문이다. 한미 양국간의 단골 현안인 무역마찰문제에서부터 노근리 양민학살사건 조사, 그리고 최근에는 매향리 사격장의 ‘우라늄탄’사격훈련 소동에 이르기 까지 두나라 사이에 놓여 있는 불신과 오해의 골은 생각보다 깊다.

노근리 양민학살사건의 진상규명을 둘러싸고 미국언론 끼리 치고받는 보도전쟁의 와중에서도 “혹시 미국정부가 진상은폐를 위해 장난을 치고 있는 건 아닐까”하는 음모론적 시각이 여전하다. 노근리사건을 세계적인 이슈로 부각시킨 AP보도에 맨 먼저 이의를 제기하고 나선 매체가 군기관지인 성조지(星條紙)의 온라인판(Stripes.com)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어림짐작 할 수도 있겠다.

이어 AP보도의 신빙성을 문제삼은 시사주간지 유에스뉴스앤드월드리포트도 보수적 색채가 강한 매체라서 음모론 신봉자들의 의구심을 한층 키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언론의 일반적 성향만을 기준으로 그들의 노근리사건 보도경쟁을 분석하게 되면 AP통신의 노근리 특종을 설명하기가 곤란해 진다.

AP의 노근리사건 보도가 나간 직후인 지난해 10월7일 보스턴 글로브가 보도한 대로 AP통신의 편집국 문화는 ‘유에스뉴스’보다 훨씬 보수적이다. 오죽하면 특별취재팀이 1년반 전에 거의 다 만들어 놓은 기사를 그 때까지 출고하지 않고 기다렸겠는가. 루이스 보카디 AP사장은 노근리기사가 “롤링스톤스(잡지)에나 어울린다”며 기사화를 미뤄왔다고 한다. 다시말해 AP가 처음부터 국익 차원에서 기사를 보류할 의향이 있었다면, 노근리기사는 적어도 AP에 의해서는 햇빛을 볼 수 없었어야 한다는 얘기다.

AP보도가 반세기 전 노근리의 진상을 밝히는데 기여한 것과 마찬가지로 ‘유에스뉴스’를 비롯한 주류 언론의 후속보도 역시 철저한 진상규명에 도움을 줄 것이다. 하지만 미국정부가 만의 하나라도 진상을 은폐하려 한다거나 호도하려 한다면 역사 앞에 두번 씩이나 죄를 짓는 셈이다. 하지만 어디 그러기가 쉬울까. 그러니 우선은 미국정부의 신의를 믿어 보자. 또 한국언론을 두 번씩이나 민망하게 만든 미국언론의 공격적인 보도태도를 주의깊게 지켜보자.

6·25 발발 50주년인 내달까지 노근리사건에 대한 진상조사가 끝나기를 기대했던 입장에서 미국측의 조사연기 결정은 유감이다. 하지만 근거없는 음모론이나 피해의식에서 노근리를 다루는 건 성숙치 못한 태도다. 미국언론의 기사에 시비를 걸기 위해 미대사관에 전화를 걸 시간이 있거든, www.koreanwar.org www.defenselink.mil 등 6·25관련 정보가 풍부한 웹사이트나 구경하자. 인터넷을 통해 한국전 당시‘실종’된 친척을 찾고 있는 한 미국인의 사연을 소개한다.

“한국 전쟁 때 ‘잭’이라는 분을 알고 계셨던 사람을 찾습니다. 그는 실종미군으로 1953년 3월25일 전투에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제 부친의 사촌인데, 네브라스카주 시골 출신입니다. 소식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000년 2월18일, 산드라 비어만 E-메일주소 biermanns@ioc.army.mil”

이상석 인터넷부장

behapp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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