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취임이후 러시아의 주요 도시 시장선거로는 처음인 상트 페테르부르크 시장선거에서 개혁파인 블라디미르 야코블레프(56) 현 시장이 재선에 성공했다.야코블레프는 14일 치러진 선거에서 72.7%를 득표, 압도적으로 당선됐다. 라이벌인 자유 야블로코당의 이고르 아르테메예프는 불과 17.6%를 얻는데 그쳤다. 1996년 아나톨리 소브차크(올 2월 사망) 당시 시장을 물리치고 상트 페테르부르크 시장이 된 야코블레프는 이로써 향후 4년동안 더 러시아 제2의 도시이자 푸틴의 고향인 이 도시의 행정을 책임지게 됐다.
야코블레프의 승리는 푸틴 대통령과 아에로플로트항공, ORT-TV의 실질적 소유주인 과두재벌 보리스 베레조프스키 국가두마 의원간의 정치적 타협의 산물로 비춰지고 있다.
소브차크의 후원으로 정계에 진출해 그를 정치적 스승으로 생각하고 있는 푸틴은 1996년 시장선거 당시 소브차크 밑에서 부시장으로 있다가 출마한 야코블레프를 ‘배신자’라고 비난했었다. 때문에 푸틴이 대통령 권한대행에 임명된 지난해 말 이후 그가 복수를 다짐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아 야코블레프는 궁지에 몰리는 듯한 기색이었다. 게다가 임기중 범죄증가를 막지 못해 상트 페테르부르크를 ‘러시아의 범죄 수도’로 만들었다는 언론의 비난과 범죄조직과 결탁했다는 의혹으로 그의 재선은 물건너가는 것으로 보는 관측이 우세했다. 푸틴은 페테르부르크 시장후보로 발렌티나 마트비옌코 현 부총리를 밀었다.
그러나 푸틴은 지난달 4일 “그의 재능은 정부에서 더 필요하다”면서 돌연 그의 출마를 철회시켰다. 러시아의 정치분석가들은 푸틴의 이같은 갑작스런 결정을 야코블레프를 지지하고 있는 보리스 베레조프스키와의 충돌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했다. 푸틴은 며칠후 야코블레프와 비밀 장소에서 회동했는데 야코블레프가 만면의 미소를 지은 것 외에는 회동의 결과가 알려지지 않았다. 이후 푸틴은 시장선거로부터 거리를 두었다는 것이 관측통들의 말이다.
푸틴이 러시아를 7개 연방지구로 나눠 중앙집권을 강화하는 포고령을 발표한 가운데 치러진 이번 선거는 푸틴이 앞으로 야코블레프와 같은 지역 지도자를 다룰 때 직면해야 할 어려움을 잘 보여준 사례라고 러시아의 정치분석가들은 말했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