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총선 출마자들이 신고한 선거비용 내역을 보면 우리정치인들의 도덕적 수준을 짐작케 한다. 세상에 이렇게 얼굴 두꺼운 사람들이 정치판에 존재하는한 정치의 선진화는 요원하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신고비용의 축소라고 하기 보다는 숫제 전체가 허위덩어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시 한번 ‘거짓말의 향연’을 지켜봐야 하는 국민들의 심사는 허탈할 뿐이다.4·13총선이 경합지역에 따라서는 30당(當)20락(落), 40당(當)30락(落)이란 얘기가 공공연했다. 글자그대로 수십억원을 지출해야만 당선이 가능했을 정도로 금권타락 양상이 심했다. 그런데도 선관위에 신고된 1인당 평균지출액이 법정제한액 1억2,600만원의 절반수준인 6,361만원에 불과했다. 단 한사람도 법정한도액을 초과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말 그럴까.
더욱 이해못할 일은 치열한 격전지역으로 분류됐던 수도권 당선자들의 신고액이 농촌지역보다도 훨씬 적었다는 사실이다. 이쯤되면 양심불량이 아니라 마비의 상태라고 해도 결코 틀리지 않다. 여야 각당은 선거기간중 후보별로 수천만원씩의 ‘실탄(돈)’을 지급했음을 공식적으로 밝힌바 있다. 그렇다면 각 후보들이 중앙당 지원 범위내에서 선거를 치렀다는 얘기인데 이를 곧이 곧대로 믿을 국민이 있을까.
현재 많은 당선자들이 선거운동원들로 부터 불법운동 폭로협박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선관위 신고내용이 결과적으로 허위 또는 조작됐음을 방증하는 사례다. 더러는 이미 고액을 뜯겼거나, 취업알선 등의 요구도 받고 있다. 자업자득이라고 방치할 일이 아니다. 당국은 불법 당선자와 함께 이런 ‘악질 거머리’ 퇴치대책도 아울러 세워야 할 줄 안다.
선관위가 곧 비용지출내역서에 대한 본격적인 실사작업에 나선다. 이미 선관위는 ‘불법=당선무효’라는 방침도 천명한바 있다. 우리는 선관위나 검찰이 불법 당선자에 대해서는 수의 다과(多寡)를 불문하고 철퇴를 내릴 것을 촉구한다. 이번에도 불법타락선거를 뿌리뽑지 못하면 정치개혁은 영원히 공염불이 되고 만다. 다시한번 선관위와 검찰의 분발을 기대해 본다.
입력시간 2000/05/15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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