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실무자 준비 접촉에서 마지막까지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사안이 바로 언론문제라고 한다. 방북 취재단 규모축소와 생중계 방식을 둘러싼 북한측의 요구가 주요 쟁점사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그 근본적인 이유는 북한측이 평소 남한 언론의 보도태도에 대해 큰 불신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북측에서는 몇몇 언론사의 평소 보도태도에 대하여 불만과 거부감을 강하게 피력했다고 한다.우리 언론의 통일보도·북한보도가 그동안 대단히 부정적이고 편파적인 시각을 드러내 왔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언론이 이런 보도태도를 갖게 된 것은 북한 사회가 애당초 폐쇄적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남북간 상호불신속에서 언론이 역대 정권의 대북·통일정책에 이용된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이유가 어떻든 지금 무엇보다 큰 문제는 우리의 북한관련 보도가 이미 왜곡된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언론은 한동안 냉전 이데올로기로 가득 찬 시각으로 북한사회를 바라보아 왔다. 사회의 이데올로기적 분위기에 편승하여 북한을 항상 격멸과 대립의 대상으로 삼아왔다. 항상 악의적이고 적대적인 냉전 논리에 바탕을 둔 보도자세를 견지했던 것이다. 심지어는 남북한 대결을 조장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로 인해 정부의 대북정책이 바뀌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물론 언론의 취재와 보도에 대한 제약이 많았고 정보공개가 충분하지 않은 것도 왜곡 보도의 중요한 이유이다. 북한 관련 정보와 자료를 정부 당국이 독점하고 통제하는 상황에서 언론의 자유로운 정보접근과 보도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정부가 제공하는 관급 기사를 토대로 대다수 신문이 판에 박은 듯이 똑같은 내용을 보도하기 일쑤였다.
그뿐 아니라 북한관련보도는 오보가 있어도 언론이 직접 그것을 검증할 수 있는 길이 없었다. 언론이 오보의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됐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있는 말, 없는 말 다 동원해 뻥튀기고 부풀려서 보도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예를 들어 김일성 사망보도나 성혜림 망명보도 등은 이처럼 왜곡된 보도관행으로 빚어진 세계적인 오보였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이념적 색안경으로는 항상 북한사회가 뿔 달린 도깨비로 보여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시각의 근저에는 언론이 직접 남북간 이념적 대결을 고착화하거나 부추김으로써 사회여론을 몰아가는 안보상업주의 내지 정치적 선정주의가 깔려 있는 경우도 있었다. 그 실례가 남한 경제의 우월감과 북한사회의 열등의식을 부추기는 시각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최근의 보도경향이다. 굶주린 북한 주민, 탈북자, 남북경제교류 등을 둘러싼 보도태도에는 빗나간 우월 의식이 깔려 있는 측면이 적지 않게 눈에 띤다.
이제 이런 보도태도가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와 남북한 상호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남북한 관계가 대전환의 분수령에 놓여 있는 시점에서 언론보도 또한 큰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다. 우선 언론은 과거의 보도자세에 대한 자성을 통해 냉전적 사고와 증오와 대립을 허물어야 할 것이다. 대북 관련 보도준칙의 마련이나 남북한 언론교류 추진 등은 좋은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남북관계의 진전에 대해 언론의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좋은 방향이든 나쁜 방향이든 언론이 갑자기 큰 목소리를 내거나 야단법석하는 등 선정적인 자세로 문제에 접근하는 것은 오히려 상대방을 자극할 수도 있다.
독일통일은 바로 언론이 이끌어냈다는 평가가 있듯이 우리 언론도 비뚤어진 보도관행에서 벗어나 남북관계 개선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함으로써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주동황 광운대 교수 신문방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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