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 사이에 급속히 마약이 퍼지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다. 마약 사건에 연루돼 하루 아침에 매장돼버리곤 하는 젊은 연예인들의 이야기를 종종 접하면서 나는 두 가지를 떠올린다. 하나는 ‘마약의 합법화’, 다른 하나는 ‘담배의 불법화’이다.몇해 전 미국 신문에서 ‘마약의 합법화’주장을 읽고 주목한 적이 있다. 지금 그 이름은 잊었지만, 당시 미국 상원의원 한 사람은 차라리 일부 마약을 담배나 술처럼 정식으로 판매하자고 주장했다. 불법 밀거래의 그에 따른 사회적 악영향을 줄이는데 도움된다는 논리였다. 의학적으로 안전성이 규명된 마약이라면 차라리 합법화하는 것이 사회적 낭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한 때 당연시됐던 담배는 최근 전세계적으로 ‘불법화’쪽으로 가닥이 잡혀가는 양상이다. 기차나 버스 등에서 금연이 일상화한 지는 이미 오래고, 우리나라에서도 금연빌딩이 갈수록 확산되는 추세다. 지난달 25일 태국에서는 영화·TV를 통한 흡연 장면의 방영이 금지되기도 했다. 이 소식은 나에게 좀 민망스럽던 20년 전의 기억을 되살려 주었다. 작고하신 ‘오발탄’의 작가 이범선(李範宣)선생은 나와 함께 외대 교수였고, 그의 연구실도 내 방 바로 앞이었다. 당시는 버스 안에서 옆 사람이 담배를 피더라도 연기를 참고 마시는 수 밖에 없었던 시절이었는데 모 조간신문에 일본의 혐연권(嫌煙權)을 주제로 한 칼럼을 쓴 적이 있다. 칼럼이 게재된 당일 아침 학교 버스안에서 골초로 소문난 이선생을 만났다. 언제나 처럼 파이프를 물고 있던 이선생은 나를 보자마자, “아, 이 담배 불 꺼야겠네!”하는 것이 아닌가. 잠시 당황했지만, 나는 곧 죄라도 지은 사람마냥 “선생님, 그냥 피우세요”라고 겸연쩍게 응대한 적이 있다.
담배가 처음 알려졌던 16세기쯤 과학의 발달수준은 미미했다. 당연히 담배는 해롭기는 커녕 신령스런 풀(靈草)이라 여겨졌다. 전세계가 담배연기에 덮이기 시작할 때 쯤에서야 겨우 사람들은 담배가 건강에 해롭다는 과학적 결론을 얻었고 그 때문에 지난 반 세기 동안 담배는 점점 추방되어온 것이다.
과학은 이처럼 한 때 이롭다던 풀을 독초(毒草)로 낙인찍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미 선진국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마약의 합법화’추세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오늘의 마약도 어제의 담배 같이 대중화의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인가. 아니면 온갖 마음을 다스리는 대체 약품이 발달하면서 자연히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인가.
박성래 한국외국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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