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가 ‘재계 수장’ 자리를 놓고 신경전을 벌여 귀추가 주목된다.대한상의 고위관계자는 15일 “박용성 신임회장이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경제단체를 나열할 때 대한상의를 맨 앞에 둬야 한다’고 강조함에 따라 이를 뒷받침할 후속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선 재계의 목소리를 대변하면서 회원들에게 디지털시대의 신정보를 제공하는 조직개편의 윤곽이 이달말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상의의 주장은 한마디로 “전경련이 일본 게이단렌(經團聯)처럼 경제단체 연합체가 아니라 ‘재벌총수들의 사적 모임체’로 출발한 만큼 재벌이 개혁의 대상이 된 디지털시대에는 걸맞지 않다”는 것.
특히 대우 김우중 회장이 국민에게 수십조원의 부담을 안기고 쓰러지는 등 재벌체제의 모순이 드러난 이상 ‘풀뿌리 경제민주주의’ 연합체라 할 수 있는 상의가 재계의 맏형이자 수장 역할을 맡아야한다는 얘기다.
상의는 특히 글로벌시대에 전경련은 해외 파트너가 거의 없는 반면 상의는 ICC(국제상업회의소)를 중심으로 130여개국과 연결되는등 국내외적 대표성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경련은 “30여년간 전경련이 실질적인 재계 대표 역할을 맡아왔는데 이제 와서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거세게 반발하며 집안단속에 나섰다.
전경련은 13일 국내 20여개 업종 경제단체장을 레이크사이드컨트리클럽으로 초청, 골프회동을 갖고 향후 ‘업종별 경제단체협의회’를 구성해 종합적인 대정부 건의창구로 육성해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전경련은 앞으로 대외적인 홍보를 강화하는 등 재계 수장의 지위를 굳히는 다각도의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나라 경제발전을 위해 일할 생각은 하지 않고 어려운 시기에 엉뚱한 자리싸움을 벌이겠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대한상의가 이 시점에 나선 저의와 배경을 의심했다.
이처럼 두 단체의 논쟁이 가열되자 재계 안팎에서는 “디지털시대에 웬 ‘굴뚝전쟁’이냐”고 비판하며 “차제에 일본처럼 경제단체 통합논의가 본격 이뤄져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박정규기자
jkpark@hk.co.kr
박희정기자
hj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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