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입이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늘면서 올 4월까지의 무역수지 흑자가 7억 달러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나간다면 금년도 무역수지흑자는 당초 정부가 세운 목표치 120억 달러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어쩌면 금년에 흑자가 적자로 반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 같다. IMF 외환위기 이후 우리의 무역수지가 1998년과 1999년에 각각 사상 최고치인 416억 달러와 287억 달러를 기록했던 것을 감안하면 금년의 상황은 도저히 믿기 어려운 일이라 하겠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하면 우리의 산업과 무역구조의 특징상 무역수지 흑자 폭이 크게 줄어들고 있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돌이켜보면 우리 경제는 1990년대에 들어와 IMF 외환위기를 겪게된 1997년까지 1993년을 제외하고 매년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었다. 특히 1996년의 무역수지 적자는 150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었다. 당시 무역수지적자가 발생한 것은 수출이 부진한 데 비해 원유 등 원자재 수입과 일본으로부터의 자본재, 부품 및 소재 수입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우리의 수입구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렇게 본다면 지난 2년간의 무역수지 흑자는 우리의 무역수지가 구조적으로 개선되어서 나타난 결과라기보다는 경기침체로 인해 수입이 대폭 줄어서 나타난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하겠다. 즉 우리 경제의 성장이 정상화하고 수출이 늘어남에 따라 우리의 무역구조 역시 오래동안 정착된 구조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무역업계는 무역수지 흑자 폭이 현격하게 줄어들면서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구체적인 정책대응을 마련하기에 앞서 정부와 업계는 문제의 핵심을 국민들에게 바로 알리는 것이라 하겠다. 즉 지난 2년 동안 기록한 무역수지 흑자는 경기침체이후 나타난 일시적인 현상이지 결코 우리 무역수지의 흑자기조 정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만일 최근에 나타나고 있는 무역수지 흑자 감소를 일시적인 것으로 인식하고 대책을 마련하고자 한다면 인위적으로 흑자를 늘리려는 임시방편에 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우리의 수입구조를 살펴보면 언제나 그랬듯이 원자재, 부품, 자본재가 항상 90% 정도를 차지하고 나머지 10% 정도가 양곡을 비롯한 소비재로 구성되어있음을 알 수 있다. 정부는 소비재 비중이 낮다는 이유로 우리의 수입구조를 건전하다고 평가할 때가 많았다.
그러나 이러한 수입구조는 다른 각도에서 보면 원유와 양곡 등을 제외한 자본재와 부품의 수입의존도가 오랜 시일동안 변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는 동시에 정부와 업계가 지금까지 여러 해 동안 추진해온 국산화및 부품산업 육성정책이 실패했다는 의미도 가지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하나의 지구촌 경제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우리의 수입구조도 새로운 세계경제의 틀 속에서 변화시켜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의 기업환경을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더 좋게 만들어 나가면서 첨단기술과 선진 경영기법을 겸비한 외국인기업을 유치할 때 수입에만 의존해오던 자본재와 부품의 국내 생산이 가능해질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무역장벽을 쌓고 수입을 대체하는 과거의 중상주의적 발상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다. 생산요소들이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드는 경제활동의 세계화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앞으로의 무역수지 개선대책은 산업과 무역의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할 수 있도록 좀 더 근본적이고 전략적인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수출을 지원하고, 환율을 올리고, 사치품 수입을 억제하고, 해외여행을 자제하는 식의 조치로는 문제의 핵심에 접근할 수 없을 것이다.
/박태호·서울대 국제지역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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