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최근 발표한 ‘도시계획 조례안’이 아파트 재건축 시장에 찬바람을 몰고 왔다. 7월부터 신축건물의 건폐율(대지면적 대비 건물 바닥면적)과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물 총면적)을 대폭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이번 조례안이 예정대로 시행되면 고층 재건축을 추진해 온 여의도와 강남 등 대규모 아파트 단지의 재건축 사업이 전면 수정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이로 인해 아파트 시장의 가격재편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고층 재건축에 대한 기대로 값이 크게 오른 아파트들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이미 분양이나 입주가 끝난 새 아파트에 상대적으로 많은 관심이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강남·한강변 재건축
서울에서 대표적 재건축 추진지역인 개포 주공아파트는 시공사만 선정했을 뿐 조합설립 인가나 사업승인을 받지 않은 상태여서 사업계획을 대폭 수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시공사들은 단지별로 용적률을 270-290%로 계획하고 있으나 개포지구가 저층 아파트 단지여서 조례 취지대로라면 2종 일반주거지역(용적률 200% 이하)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동부이촌동 등 한강변 ‘경관지구’의 재건축도 쉽지 않게 됐다. 현재 이 지역에서는 한강맨션·렉스·왕궁아파트 등이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으나 현재 수준이상의 고층 아파트를 짓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작년말 현재 서울에서 설립인가를 받은 재건축조합은 모두 813곳(조합원 9만3,290명)이며 이중 사업승인을 받은 조합은 547곳(조합원 6만7,021명). 사업승인을 받지 못한 나머지 266개 조합은 새 조례의 적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잠실·화곡·반포 등 5개 저밀도지구는 이미 수도권심의위원회에 상정돼 있어 이번 조례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초고층 주상복합
백조·미주·한성·수정·공작 등 여의도 상업지역 아파트의 재건축도 어렵게 됐다. 백조와 미주는 이미 시공사까지 선정하고 용적률 970%의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새 조례에 따르면 주상 복합아파트의 용적률은 기존 주거비율을 유지할 경우 최고 370%까지만 허용되기 때문에 계획의 전면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도곡동 채비지에 지어질 예정인 삼성 타워팰리스Ⅲ, 목동 상업지역에 들어설 삼성 3차 쉐르빌, 잠실 갤러리아백화점 터에 지을 대림 아크로빌 등 초고층 주상복합도 당초 계획대로 추진하기 어렵게 됐다.
■가격재편
이번 조치로 그동안 천정부지로 솟았던 재건축 예정 아파트 시세가 약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개포 주공의 경우 최근 거래가 한산한 가운데 시세도 10-15%정도 떨어졌다. 가락동 시영아파트나 여의도 일대 재건축 대상 아파트도 사정은 마찬가지. 부동산 전문가들은 “재건축에 대한 기대로 값이 올랐던 아파트들은 당분간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최근 분양을 마친 새 아파트의 분양권 시장은 오히려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된다. 재건축이 어려워져 신규 아파트 공급물량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김상철기자
s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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