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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3% 목표가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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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3% 목표가 흔들린다

입력
2000.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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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협받는 'DJ노믹스'경제성장률 6%대, 소비자물가상승률 3%이내, 실업률 3%. ‘6-3-3’으로 집약되는 국민의 정부 경제운용목표(DJ노믹스)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다.

6-3-3 전략의 교과서는 인플레없는 장기호황을 구가하고 있는 미국식 ‘신경제’모델. 정보통신기술(IT)의 혁명을 통한 생산성 향상으로 성장·고용을 극대화하고, 전자상거래 등 유통혁신으로 인플레를 최소화해 항구적 ‘고성장-저물가’기조를 정착시킨다는 것이다.

실제 1·4분기 성장률은 12%를 넘은 반면 물가는 4월말까지 0.4%에 그친 점을 들어 이헌재(李憲宰) 재정경제부장관은 “한국도 이제 신경제 궤도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경상수지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

올해는 큰 걱정이 없다. 문제는 내년이후에도 ‘고성장-저물가’가 계속될 지 여부다.

가장 불길한 조짐은 경상수지 악화. 재경부 관계자는 “5월부터는 원유도입감소로 연간 40억달러의 수지개선이 예상되므로 120억달러 흑자목표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제유가는 12일 서부텍사스중질유가 배럴당 30달러대(두바이유 27달러대)로 다시 폭등, ‘120억달러 목표고수’근거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

반면 수출증가율은 환란전(97년1-4월) 대비 23.8%에 이르지만, 같은 기간 환율상승폭(26%)에도 못미치고 있어 환율변동에 따른 가격경쟁력 효과를 제거하면 사실상 마이너스인 셈이다.

안정적 달러확보를 위한 유일한 수단인 경상수지가 적자로 간다면 ‘대외신인도하락→자본유출→환란재발(제2 경제위기)’의 경로는 불가피하다.

외환보유액도 경상적자의 국부유출 앞에는 무기력하다. 연세대 정창영(鄭暢泳)교수는 “개방국가의 대외적 건강상태는 경상수지 흑자여부로 판가름난다”며 “정책우선순위도 당연히 경상수지에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통화(달러) 자체가 세계기축통화로 경상수지 적자 걱정이 미국과, 경상수지에 사활이 걸린 한국은 그 토양 자체가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올해는 확실히 흑자’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미국식 고성장-저물가의 ‘무늬’만 따라가고 있는 것이다.

▦발목잡는 구조개혁

“6월말이면 금융구조조정은 끝난다”는 것이 정부측 설명. 그러나 시장의 평가는 판이하다. 세계적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한국의 투신 종금 리스등 제2금융권 문제는 크게 개선된 것이 없으며 금융시스템은 미래의 경제적 충격에 여전히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기업부채비율은 낮아졌지만, 증시활황(증자)의 결과일 뿐 빚더미 자체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김준경(金俊經)거시팀장은 “대우를 포함한 워크아웃기업의 총채무는 국내 총생산(GDP)의 20%가 넘는 105조원에 달한다”며 “이 잠재부실을 조기처리하지 않으면 내년이후 저성장-고물가로 뒤바뀔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고성장-저물가는 첨단 금융시스템과 투명한 기업경영, 유연한 노동시장이 뒷받침됐지만 우리나라의 현 고성장-저물가는 금융부실과 낡은 재벌체제가 떠받치는 불안한 형국이다.

그러나 정부의 개혁의지는 갈수록 퇴색하고 있다. 관료사회에는 ‘지금은 문제없다’식의 도덕적 해이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한국정부가 개혁의 지지를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는 무디스의 평가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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