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검찰이 수하르토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 기소 가능성을 처음으로 밝히며 전방위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수하르토 정권 비리’에 대한 사정을 총책임지고 있는 마르주키 다루스만 검찰총장은 13일 “수하르토 전 대통령 수사에서 명백한 실정법 위반 혐의보다는 권력남용 혐의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권력남용 혐의 부분에 대한 기소와 공소유지에 자신감을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루스만 검찰총장은 수하르토가 자신의 영향력 아래 있는 자선재단에 공무원들이 봉급의 일정액을 기부토록 지시한 대통령령을 권력남용의 한 사례로 언급했다.
이에앞서 파이낸셜 타임스도 12일 인도네시아 정부가 수하르토에 대한 기소를 준비중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수하르토가 재임시 그가 이끄는 몇개의 재단에 이득을 주는 대통령령을 만들었다며 다루스만 검찰총장의 말을 인용, “이는 명백한 권력남용”이라고 전했다.
인도네시아 검찰이 권력남용혐의로 수하르토에 대한 수사를 선회한 것은 차남 후토모 만달라 푸트라 등 수하르토 일가족의 부정축재와 정경유착을 파헤쳐 수하르토를 얽어매려던 지금까지의 수사와는 다른 방향이다.
인도네시아 검찰은 최근 뉴질랜드 정부로부터 호텔 등 수하르토 일가의 재산목록을 넘겨받는 등 은닉재산 추적과 압류에 나섰기도 했다. 하지만 수하르토 일족의 시혜를 입었던 하수인들이 아직 인도네시아 기업과 은행 곳곳에 박혀있어 증거확보에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런 이유로 우선 기소가 가능한 수하르토의 권력남용 혐의라는 묘수풀이를 생각해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독재정권의 비리를 낱낱히 파헤치기를 바라는 국민들에게 이는 정치적 타협에 의한 수사의 수위조절로 비칠 가능성도 높다.
1998년 수하르토 사임을 몰고왔던 시위 때 경찰의 발포로 숨진 대학생 4명의 2주기였던 지난 12일 학생들은 수하르토의 저택 300㎙까지 돌입하며 경찰과 충돌했다. 최루탄에 화염병으로 맞서는 이들이 주장하는 것은 수하르토에 대한 공개 인민재판이다.
한편 위란토 전 군총사령관이 16일 인권유린의 대표적 사례인 동티모르 유혈사태와 관련, 처음으로 검찰에 소환될 예정이다.
유혈진압을 수하르토의 직접 지시에 의해 군 고위층이 명령했는지는 역시 법률상 규명하기 쉽지 않은 난제다. 이밖에 1997년 야당 당사에 경찰 비호하에 폭력배가 난입한 사건에 대해서도 수사가 진행 중이다.
신윤석기자 ysshi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