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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선희의 숨은비디오] 아빠를 업고 학교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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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선희의 숨은비디오] 아빠를 업고 학교에 가다

입력
2000.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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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선희의 숨은비디오] 아빠를 업고 학교에 가다

2000/05/14(일) 17:44

가족과 함께 볼 만한 영화를 소개해 달라는 주문이 부쩍 많아지는 5월. 일년 내내 오락 영화만 보다가 이 달에만 건전한 영화를 보냐는 우스갯소리를 할 만큼 어린이, 어버이, 스승을 생각하며 볼 수 있는 가족 영화들이 5월에 집중적으로 출시된다. ‘외야의 천사들 2’ ‘그림 속 나의 마을’ ‘스튜어트 리틀’과 애니메이션 ‘아이언 자이언트’ ‘두더지’ ‘별나라에서 온 머펫’은 아이들을 앞세우고 어른들도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들이다. ‘스파이 마담 폴리’는 노인 세대까지 아우르는 가족 영화로 추천할 만하다.

그러나 이 달에 가장 빛이 나는 영화는 ‘아빠를 업고 학교에 가다’(사진·전체 관람 가, 스타맥스)일 것이다. 코미디 영화 제목 같지만 병든 아버지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 학교 갈 때 업고 가서 돌봐드린다는, 아들의 지극한 효심을 읽을 수 있는 제목이다. ‘타이타닉’ 을 누르고 중국 대륙을 울렸다는 감동의 실화극으로 조우 유차오 감독의 1998년 작이다.

가난을 극복한 성공담은 그 진솔함에도 불구하고 영화적인 재미와는 담을 쌓고 눈물샘이나 자극한다고 속단하기 쉽다. 그러나 ‘책상 서랍 속의 동화’가 감동만 강요하는 영화가 아니었듯이 ‘아빠…’도 부모와 자식, 형제 간의 말이 필요 없는 사랑, 스승의 사려 깊은 제자사랑, 공동체 문화의 아름다운 미덕을 소박한 산골풍경처럼 꾸밈없이 펼쳐 놓아 자연스럽게 느끼고 깨닫게 한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아들만 학교를 보내야 했던 아버지의 쓰라린 마음, 학업을 중단한 아쉬움을 남동생 뒷바라지에 쏟는 총명한 누이, 누이에 대한 미안함을 아버지에 대한 반항으로 대신했던 아들이 아버지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봉양하게 되기까지를 지켜보는 스승과 이웃, 그리고 도도히 흐르는 장강.

어린 아들을 업고 불어난 강을 건네주며 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신다. “물이 많은 날도 있고 적은 날도 있다. 그러나 공부는 거르지 않고 해야 한다. 무슨 일이든 끝까지 해야 한다.” 그 강을 이제는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된 아들이 아버지를 업고 결연한 표정으로 건너간다.

◆감상포인트/삶의 경건함을 가슴 깊이 새길 수 있는 모든 세대를 위한 영화.

비디오 컬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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