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업체들이 대학생 등 신세대층을 상대로 무차별적인 카드판촉전을 펴고 있어 신용불량자 양산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카드사들과 은행들은 지난달부터 대학생 고객 유치를 위해 지하철역과 대학구내, 신세대 밀집지역 등에서 각종 사은품 공세까지 펴며 거리판촉전을 벌이고 있다.카드발급과 관련한 공식규정은 금융감독원의 ‘여신전문금융회사 등 감독규정’ 제3조1항의 ‘만18세 이상 소득이 있는 자에게 각사의 발급기준에 의거, 발급해야 한다’는 조항 뿐이어서 정부가 무분별한 카드발급을 방조하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대학생 최모(24·여·Y대 4년)씨는 지난달 말 서울 지하철1호선 종각역 구내에서 “현금서비스 200만원, 대출한도가 500만원이고 각종 무료이용권까지 준다”며 팔을 잡아끄는 A카드 판촉원에 떠밀려 억지로 카드가입 신청서를 냈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연락처만 적었을 뿐 신분확인조차 하지 않았다. “대학생인데 이렇게 쉽게 발급이 되느냐”는 최씨의 질문에 판촉원은 “통장 있죠? 대학생 맞죠? 부모님 있죠? 그럼 당연히 나온다”고 장담했다.
서울대에서는 4월초부터 B은행 카드판촉원들이 도서관과 학생회관 등 5곳에 가판대를 설치, 학생고객 유치에 열을 올렸다. 식당에서 줄을 서있던 학생들이 판촉원의 유혹에 이끌려 무더기로 카드가입 신청서를 냈다.
서울대 국제지역원에 재학중인 반모(24)씨는 ‘방문 공세’에 당한 경우. 4월초 갑자기 연구실로 들이닥친 C카드 영업사원 2명이 “가입비 면제에 구두상품권과 의류 할인쿠폰 등을 즉석에서 주겠다”며 끈질기게 달라붙어 가입신청서를 냈고 열흘 후 한도 200만원의 신용카드가 발급됐다.
이에 대해 카드사들은 “각 영업소 소속인 판촉원의 선전내용이 본사의 발급기준과 다른 경우가 있다”면서 “본사가 엄격히 재심사해 대학생 카드발급은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카드사들의 심사기준이 제각각이며 해명과는 달리 대부분의 대학생에게 카드가 발급되고 있다. 지난달초 판촉원에 이끌려 카드가입 신청서를 낸 임모(20·여·S대 3년)씨는 “보름가량 지나자 한도 140만원짜리 신용카드가 발급됐다”며 “다른 친구들도 카드를 발급받았다”고 말했다. 카드사 관계자는 “예비 사회인인 대학생을 선점하려면 어쩔 수 없다”며 “경쟁사가 발급기준을 완화하면 따라가야 하는 입장”이라고 털어놓았다.
카드사들의 무분별한 카드발급으로 소비자단체들에는 카드빚을 갚지 못해 가출하거나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10,20대의 신고·상담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구청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판촉원의 권유에 카드를 만든 한 여고생(18)은 수백만원대의 카드대금 독촉에 못이겨 가출까지 했다.
YMCA 시민중계실의 서영경(徐瑩鏡) 팀장은 “관련법규 부실과 카드사들의 과당경쟁으로 경제능력이 없는 10,20대가 대거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며 “카드발급 기준을 강화해 카드사들의 무차별적 신규모집을 규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용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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