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하우스에서는 파안대소하며 웃던 골퍼가 플레이가 본격 시작되면 웃음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스코어가 좋은데도 표정이 굳어 감히 말 붙이기가 거북할 정도다.사소한 실수라도 하면 얼굴이 더욱 굳어지고 캐디나 페어웨이 상태, 그린 위의 모래알 등을 탓하며 중얼댄다.
리듬을 잃지 않기 위해 말수를 줄이고 웃음도 억제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적당한 웃음은 오히려 골프의 리듬을 유지하고 흥분을 가라앉히는데 특효가 있다.
그늘집이나 한 홀의 게임이 끝난 뒤 다음 홀로 이동하면서 여유가 있을 때 가벼운 농담을 하는 것은 그 전 홀의 실패나 성공에 대한 좌절과 흥분을 가라앉히는데 매우 큰 효과가 있다. 특히 버디를 하고 나서 이런 농담을 하다 가면 이른바 ‘버디값’을 피할 수 있다.
그러나 큰 소리를 내며 웃거나 장시간 웃음을 참지 못할 정도의 농담은 마음의 바다에 큰 파문을 일으켜 역효과가 난다.
잔잔한 미소를 자아내는 담백한 농담이나 유머는 게임의 윤활유가 될 뿐만 아니라 리듬을 잃지 않게 해준다.
마크 오메라, 필 미켈슨, 비제이 싱, 어니 엘스, 저스틴 레너드, 이안 우스남 등 세계적인 골퍼들의 얼굴을 보면 공통적인 특징이 미소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잭 니클로스, 아놀드 파머, 게리 플레이어, 헤일 어윈, 톰 왓슨 등 PGA에 이어 시니어대회에서도 괄목할 실력을 발휘하고 있는 나이 지긋한 시니어프로골퍼들이 한결같이 여유와 미소를 잃지 않는 것은 결코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산전수전을 다 겪고 연륜이 쌓여 달관의 경지에 이른 것이겠지만 달리 해석하면 피를 말리는 긴장과 가슴을 태우는 분노, 억누를 수 없는 흥분, 헤어날 수 없는 좌절 속에서 평정심을 잃지 않고 제 실력을 발휘하는 데는 미소가 최고의 특효약이라는 것을 터득했기 때문일 것이다.
웃음이 정신건강에 확실한 효과가 있다는 것은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근 스위스에서 열린 웃음요법에 관한 국제학술회의에서 독일의 정신과 전문의 미하엘 티체박사는 “웃음은 스트레스를 진정시키고 혈압을 떨어뜨리며 혈액순환을 개선시키는 확실한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티체박사는 웃음은 또 면역체계와 소화기관을 안정시키는 작용을 한다고 밝히고 그 이유는 사람이 웃을 때는 통증을 진정시키는 호르몬이 분비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미소와 유머를 잃지 않는 골퍼야말로 진실로 골프를 즐길 주 아는 사람이다.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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