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용린(文龍鱗) 교육부장관은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지난 3일 처음 열린 민·관 합동 과외교습대책위원회(위원장 김상권·金相權 교육부차관)에서는 “좋은 의견들 내달라”는 인사말만 하고 바로 강원도로 떠났다. 이튿날 아침부터 모방송사가 진행하는 생방송에 출연하기 위해서였다. 이 때문에 장관은 꼬박 이틀을 비웠다. 대책위 2차 회의가 열린 12일에도 오후 내내 집무실을 비웠다. 역시 2건의 방송 녹화 때문이었다.
장관이 자리를 비운 사이 교육부는 한가한 설문조사를 추진하고 있었다. 설문조사 계획안을 보자. 과외금지 위헌 결정에 대한 찬반 및 이 결정이 사회에 미치는 의미와 영향, 고액과외의 문제점 및 공교육 활성화 대책에 대한 의견 등등…. “당장 쓸 대책이 아니라 거창한 논문을 준비하는 모양”이라는 주변의 비아냥이 나올만도 하다.
그나마 조사결과는 6월30일에나 나오게 돼 있다. 시·도교육청에 고액과외단속반을 설치해놓고도 지침이 없어 손을 놓고 있는 터에 두달 가까이나 걸리는 이런 식의 여론조사를 하는 이유를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과외해금 3주가 되도록 장관은 방송출연에 시간을 쏟고, 실무진은 설문조사에 목을 매고 있는 교육부의 모습이 딱하기 까지 하다.
이러면서 어떻게 공교육 살리기를 위해 세금을 더 내주십사고 국민을 설득하며,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면 뭔가 달라질 것이라고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겠는가? 국회 법정개원일(6월5일)까지 고액과외 규제법안을 내놓겠다고 한 것은 바로 문 장관이다.
이광일 사회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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