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경부 고속철 차량 선정 과정에서 정·관계에 불법 로비를 벌인 의혹을 받고 있는 알스톰사 국내 로비스트 최만석(59)씨의 미국 체류 사실이 보도되자 낭패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7일자 한국일보 보도 이후에도 연일 미 로스앤젤레스 한인사회에서 최씨 목격담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도 불구, 검찰은 14일에도 여전히 “최씨의 출국기록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만약 최씨의 출국이 공식 확인될 경우 검찰이 로비 실체를 규명해 줄 핵심 인물에 대해 지난해 10월 한 차례 조사를 벌이고도 적극적인 신병 확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비난 여론을 피하기 어렵다.
나아가 자칫 수사 의지를 의심받을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검찰은 이 때문에 최근 숙박업소에 대한 일제검문 검색을 벌이면서까지 최씨 검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검찰이 이번 수사에 나선 과정을 따져보면 석연찮은 대목이 여러 곳에서 두드러진다.
우선 서울지검 외사부가 1997년 내사할 당시 이미 최씨와 구속된 한국지사장 부인 호기춘(扈基瑃·51)씨가 전면에 등장했고 출처불명의 돈까지 확인됐지만 정식 수사에 나서지 않은 점이다.
또 98년 중반 대검중수부에 사건이 인계된 이후에도 수사를 미뤄오다 지난해 10월에야 본격조사에 들어갔고 최씨가 핵심인물로 드러난 상태에서 한차례 조사후 돌려보내 결과적으로 잠적할 틈을 준 것도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정치적 목적’때문에 사건화하지 않은 채 ‘방치’하고 있다가 공소시효에 임박해 뒤늦게 수사에 나선 것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돌고 있다.
이와 함께 당초부터 사건을 종범(從犯)격인 알스톰사 한국지사장 부인 호기춘(扈基瑃·51)씨 구속 선으로 끝내는 이른바 ‘매듭 짓기’차원의 수사를 의도한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진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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