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시인'으로 불리는 이생진 시인이 우리나라 22개 섬의 독특한 아름다움과 그곳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를 담은 ‘걸어다니는 물고기’(책이 있는 마을 발행)를 냈다.걸어다니는 물고기는 이씨 그 자신이다. 평생을 우리나라의 3,200개 섬들 중 갈 수 있는 곳들은 다 떠돌며 시를 써왔고, 죽어서도 섬이 되어 남고 싶다는, ‘외로움을 먹고 사는 물고기 같은 시인’이 그이다. 그는 이번 책에서 제주도 가의도 흑산도 가거도 홍도 등 큰 섬과 그 섬들에 딸린 정족도 옹도 대국흘도 소삼부도 신지도 등 이름도 잘 알 수 없는 새끼섬들을 소개하고 있다.
‘나는 내 말만 하고/바다는 제 말만 하며/술은 내가 마시는데/취하긴 바다가 취하고’(‘술에 취한 바다’ 부분)
자신의 이 시구처럼 때로는 술에 취해 떠돌기도 하고, 박두진 박재삼 시인의 부음을 각각 우이도 만재도로 향하는 기차에서 배에서 듣고서는 영결식에 참석하지 못해 그저 죄송할 따름이라는 이씨. 그가 떠돌며 기록한, 문명의 때가 묻지 않은 섬의 순수한 아름다움과 그곳 사람들의 질박한 생활 그리고 이런 구석진 섬들에서 찾아낸 문학과 문화의 향기는 읽는 이들로 하여금 당장이라도 섬으로 떠나고 싶게 만든다. 장 그르니에가 ‘섬’에서 “섬들을 생각할 때면 왜 숨이 막히는듯한 느낌이 되는 것일까”라고 했던 것처럼.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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