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실패한 꿈 빅리그서‘코리안드림’을 이루는데 실패한 퇴출용병이 프로데뷔 16년만에 ‘메이저리그 드림’을 이루었다. 그것도 투수로서는 환갑이 다된 38세에.
1998시즌 프로야구 현대에서 마무리투수로 활약한 조 스트롱은 호성적에도 불구, 이듬해 현대가 재계약을 포기해 눈물을 머금고 한국땅을 떠난 퇴출용병.
84년 드래프트 15위로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산하 마이너리그에서 프로에 입문한 스트롱은 5개 마이너리그팀과 대만, 한국, 멕시코를 전전하며 ‘빅리그’는 꿈일 수 밖에 없는 처절한 야구인생을 보냈다.
하지만 올 시즌 투수부족에 시달리던 플로리다 말린스가 38세의 스트롱을 트리플 A팀인 캘거리에서 12일 전격적으로 메이저리그로 승격, 중간계투로 데뷔시키면서 스트롱은 미국언론의 대대적인 주목을 받았다.
스트롱은 이날 역시 메이저리그 첫 등판인 신예 제이슨 그릴리(23)와 합작, ‘90년대 최고의 팀’애틀랜타 브레이브스를 잡는 기적의 주인공이 된 것.
5-4로 앞선 7회 2사 2루의 위기에서 그릴리에 이어 등판한 스트롱은 후속타자인 조이너를 좌익수플라이로 잡아 불을 끈뒤 8회에도 볼넷 1개만 내주고 후속타자를 더블 플레이와 내야땅볼로 처리, 꿈같은 빅리그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62년생인 스트롱은 60년 41세에 빅리그 마운드를 밟은 디오메디스 올리보(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 이어 메이저리그 두번째 최고령 루키.
과학교사를 하다 지난해 35세로 메이저리그에 올라 할리우드 영화로까지 만들어지는 탬파베이 데블레이스의 짐 모리스보다 무려 3년이나 늦게 데뷔전을 치른 셈이다.
스트롱은 데뷔전 후 “붕 뜬 기분”이라는 말로 생애 최고의 날을 맞은 기쁨을 드러냈다. 특히 메이저리그 구단중 가장 젊은 팀인 플로리다 말린스의 동료들은 이날 처음 얼굴을 본 그의 나이를 듣고는 뒤로 나자빠졌다는 후문이다.
프로경력 16여년의 노련미와 구속 150㎞에 육박하는 강속구를 보유한 스트롱이 현대에서 퇴출당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바로 담력때문.
현대시절 그는 마무리로 98시즌 6승5패27세이브를 올렸지만 사사구(58이닝 29개)를 남발하며 경기를 어렵게 끌고가 김재박감독의 신임을 얻지 못했다.
한국생활 1년동안 맛본 매운 고추맛이 배짱을 키워준 것은 아닐까. 프로 16년만에 꿈을 이룬 스트롱의 선전이 기대된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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