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선 "바꿔" 안에선 '선배눈치보기'정치권에서 가장 개혁적인 목소리를 내는 그룹을 꼽으라면 당연히 386당선자들이다. 그런데 이들이 실제 정치권에 진입해 하는 말이나 행동을 살펴 보면 등록상표인 ‘개혁성’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 구석이 벌써부터 심심찮게 드러난다.
총선 후 한달이 지난 시점이어서 다소 이른감은 있으나 386당선자들에 대해서도 구체적 ‘검증’이 필요하다는 문제제기로 이어진다.
◇눈치보기◇
386 당선자들이 때와 장소에 따라서 ‘기술적으로’ 발언의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을 보인 단적인 사례는 9일 민주당 당선자 연수 때. 자유토론이 시작되기 전 이들이 장외에서 보인 행태는 당당했다.
“국회에서의 크로스보팅(자유투표)은 당연하며 의장후보도 당내 경선을 거쳐야 한다”“강연 위주의 일방통행적 연수는 과거 군사정권 시절 프로스포츠로 국민을 현혹했던 발상과 같다”는 등의 발언들이 쏟아졌다.
그런데 비공개로 전체 자유토론의 장이 마련되자 이들은 당내 민주화의 요구 수위를 한껏 낮춰 ‘건의’또는 ‘주장’을 당 지도부에 대한 ‘질문’형식으로 바꾸었다. 의장후보 당내 경선 문제는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역시 9일에 있었던 한나라당의 당선자 연찬회도 마찬가지.
한나라당 386들이 미리 여러 차례 회합을 가지면서 문제제기를 했던 부총재 및 총무경선 과정에서의 민주화 주장 등은 제기되지 않았다.
◇폐쇄성◇
386당선자들이 보이는 폐쇄성은 이들이 ‘개혁성’을 독점하려 하는 데서 비롯된다는 지적이 많다. 수도권 386 당선자들을 중심으로 개혁 마인드를 강조하는 민주당 초선그룹은 ‘창조적 개혁연대’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김성호 장성민 임종석 송영길 이종걸 정범구 함승희 당선자 7명이 그들.
모임 결성에 대한 충분한 개방적 토론없이 ‘7명만으로’개혁모임의 문패를 내걸었다는 데서 폐쇄성이 감지된다. 또 실제로 내부 논의과정에서도 개혁의 외연을 넓히기 위한 멤버십의 확대문제는 중요하게 거론되지 않았다. 폐쇄성은 이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기껏해야 10명 안팎의 젊은 당선자가 ‘개혁’을 얘기하는 것이 민주당 개혁주장의 현주소다. 한나라당에서도 개혁모임의 외연을 확대하려는 진지한 고민은 찾아보기 힘들다.
◇주도권 신경전◇
폐쇄성과 더불어 미묘한 기류가 감지되는 대목이 주도권의 문제. 386 당선자들을 포함한 개혁적 초·재선 그룹들이 큰틀의 모임을 만드는 일에 자꾸 제동이 걸리는 것도 주도권을 의식하기 때문.
386 당선자들이 재선급 ‘선배’들과 연계하는 데 주저하는 인상을 주는 것은 당 지도부를 의식한 탓도 있지만 이러한 움직임이 특정인의 주도권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당선자들이 이미 결성돼 있는 ‘푸른정치모임’이나 ‘열린정치포럼’의 가입에 쉽게 마음을 정하지 못하는 이유도 이들 내부의 주도권 문제를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나라당에서도 초·재선그룹이 ‘미래연대’라는 틀 속에서 활동하고 있으나 재선인 남경필 의원의 리더십에 초선인 원희룡·김영춘 당선자 등 386들이 심심찮게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지나친 관심끌기◇
민주당 초·재선 11명이 12일 조찬화합을 가지려다 5명만이 모이는 ‘해프닝’에 그친 것이 한 예다. 내실보다는 주위의 이목을 그는 일에 더 관심이 많다는 얘기다. 민주당 ‘창조적 개혁연대’가 총무경선 희망자들을 개별 초빙, 정견을 듣겠다는 발상도 그 취지와는 별도로 관심을 끌기 위한 튀는 행동으로 비칠 수 있다. 한나라당 ‘미래연대’의 활동에 대해서도 ‘언론용’으로 보는 시각이 한나라당 안팎에 팽배하다.
/고태성기자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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