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치사료를 소중히 보관해야 하는 까닭은 당대의 치적을 자랑하거나 과시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후대의 사람들이 과거의 궤적에서 교훈을 찾고, 잘못된 일은 두번 다시 반복하지 않도록 감계(鑑戒)하는 뜻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통치사료는 정확하게, 그리고 한점 빠짐없이 작성돼야 하고, 또 보관에도 추호의 허점이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만약 자신에게 불리하다고 일부를 누락시키거나, 혹은 사실을 과장한다면 그것은 이미 통치사료로서의 생명력을 잃게 된다. 유감스럽게도 역대 집권자들은 통치사료를 소홀히 다루었다. 자신들에게 불리하다고 생각되는 자료는 고의로 빼거나 치워버린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런 왜곡은 곧 우리 현대사기록의 부실로 이어질뿐 아니라, 역사에 대한 가해행위로 남게 된다. 중요한 통치사료의 고의망실로 한국현대사가 야사나 특정인의 자의적 회고에 의존해야 한다면 이처럼 황당한 일이 또 어디있겠는가.
조선왕조실록에는 왕의 신상이나 신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소한 일들이 낱낱이 기록돼 있다. 왕궁안에서 일어난 일이라면 시시콜콜한 얘기까지도 한점 숨김이 없다. 후대에 역사의 교훈을 남기는 춘추필법(春秋筆法)의 정신이다. 김대중정부가 재임중의 모든 기록을 디지털화해 남길 방침이라고 한다. 다행한 일이다.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는가를 우리는 주시할 것이다.
최근 청와대 도서관에서 발견된 제3공화국 국정일지는 통치사료와 그에 대한 인식의 총체적 부실을 극명하게 입증한다. 이 국정일지는 그들이 집권한 5·16쿠데타에서부터 68년까지를 담고 있다. 무리하게 단행한 3선개헌이나, 숫제 헌법을 유린한 유신통치 기록은 없다고 한다. 자신들에게 불리한 기록들을 고의로 망실했거나 아니면 빼돌렸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뿐만 아니다. 전두환 전대통령 시절의 통치사료는 통째로 빠져있다고 한다. 통치사료비서관이란 직제가 생긴 것이 전 전대통령 때다. 그런데도 사료가 오간 데 없다면 여기에도 고의의 의혹이 짙다. 노태우·김영삼대통령 시절의 남아있는 통치사료도 허술하기는 마찬가지다. 고작 공식행사의 ‘말씀자료’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초기정부의 중요한 외교문서 상당수가 개인소장품이 되었다는 얘기도 있다. 통치사료의 부실은 이처럼 공문서를 사문서처럼 다뤄온 역사에 대한 무지와 몰상식에서 비롯됐다. 이제부터라도 통치사료를 비롯한 각종 공문서의 보관 유지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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