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공인된 ‘정치 쇼’의 무대다. 다들 말만 많고 책임은 지지 않는다. 최근 여야가 민생문제를 다뤄야 한다며 한 목소리를 냈던 임시국회 소집문제만 봐도 그렇다. 12일 여야 총무회담은 사실상 ‘임시국회를 열 수 없다’는 것을 최종 확인하는 자리였다.애초부터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내심 임시국회 소집에 탐탁치 않아 했다.
민주당은 남북정상회담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소속의원들의 금강산 관광과 5·18행사가, 한나라당에선 전당대회가 걸려 있기 때문. 그러나‘민생을 위하자는데…’라는 자민련의 명분 앞에 어쩔 수 없이 끌려 나왔고 협상 장에 앉으니 공연히 딴 마음까지 생겼다.
민주당은 남북정상회담 지지결의안을 통과시켜 북한가는 대통령에게 선물하려 했고, 한나라당은 린다 김사건 국정조사를 들고 나와 한 건을 올리려했다. 자민련도 속마음은 의석구도가 유리한 15대 국회에서 교섭단체 구성 문턱을 낮춰 교섭단체를 만들자는 데 있었다. 다들 잿밥에만 군침을 흘리고 염불에는 관심이 없으니 협상은 해보나마나였다.
더욱 가관은 책임 떠넘기기 고질병이 다시 재발한 것이다. 총무회담이 끝난 뒤 민주당 박상천(朴相千)총무는 “국정조사는 29일로 의원임기가 끝나는데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고, 교섭단체 문제는 한나라당이 반대한다”면서 “우린 책임이 없다”고 쏙 빠졌다.
한나라당 이부영(李富榮)총무는 “금강산관광 때문에 국회문을 못여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흥분했고, 자민련 오장섭(吳長燮)총무는 “우리당이 원하는 것은 안해 주면서 무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3당 총무는 “그래도 상임위는 연다”고 생색을 냈다. 다음달 개원하는 16대 국회에서는 여야의 속보이는 ‘정치 쇼’구습을 다시 안 봤으면 한다.
/이태희 정치부기자taehee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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