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대항전으로는 세계최고 권위의 올 유럽챔피언스리그는 스페인팀간 대결로 결판나게 됐다. 사상 유례없이 대회 4강에 3팀을 진출시킨 스페인은 이탈리아와 함께 나란히 최다우승(9회)을 이루게 됐다.대회 결승서 같은 나라 팀이 맞붙기는 이번이 처음으로 스페인축구의 강함을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스페인은 클럽팀에 비해 국가대표팀은 그리 강하지 않다. 스페인은 지금까지 월드컵에서 우승한 적이 없으며 월드컵 통산전적으로 따질때 40전16승10무14패로 9위에 올라 있다.
세계 10강권 정도의 스페인이 클럽팀만은 세계 최강을 지키는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축구자체를 사랑하고 즐길줄 아는 국민성 덕분이다.
바르셀로나가 스토이치코프, 호마리우, 라우드럽 등 최고 스트라이커 3인방을 앞세워 세계최강의 클럽으로 군림할 때인 1993년 초 한 스페인교민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스페인축구협회는 대표선수를 선발할 때 기술위원회에 팬클럽대표를 참석시킵니다. 말하자면 대표선발에 팬들의 암묵적인 동의를 얻는 것이지요.
이때문에 대표선발로 생기는 잡음은 전혀 없고 감독은 임기동안 충실하게 대표팀을 지도할 수 있습니다. 물론 월드컵에서 성적이 나빠도 팬들이 비난하는 경우도 전혀 없지요.”
지금도 스페인에 이러한 시스템이 유지되는지 몰라도 이것이 스페인 클럽축구를 강하게 만든 원동력이 되었음에 틀림없다. 사실 축구는 경기 성격상 국가대항전으로서의 흥행요인이 많다.
하지만 그 범위를 좁혀보면 연고도시간 대결구도만으로도 팬들을 미치게(?) 만든다. 조그만 동네의 아마추어팀 경기에도 몇 백석 경기장이 꽉꽉 찰 정도로 스페인사람들은 축구를 좋아한다.
대표팀의 허정무감독은 요즘 가끔 이런 고충을 토로한다. “2002년 월드컵의 세대교체를 위해서는 올림픽대표 중심으로 팀을 운영해야 한다. 그러나 한 경기 패할 때마다 팬들과 축구계로부터 받는 눈총은 엄청나다.”
정말 축구를 사랑한다면 관심을 보다 좁은 데로 돌려보자. 자신과 조그만 연고를 갖고 있다면 축구는 대표팀 경기뿐 아니라 학교간, 아마팀간, 프로팀간 경기도 재미의 소지가 많다.
우리 축구가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중 하나는 우리 팬들이 축구자체를 즐기지 못하기때문이 아닐까.
유승근
us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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