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청와대 도서관에서 발견된 국정일지(5·16 쿠데타-68년)는 통치사료의 총체적 부실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통치사료비서관실이 ‘기록을 남기자’는 취지 아래 도서관을 정리하던 중 국정일지를 발견했다하니, 역대 정권에서 통치사료가 얼마나 소홀히 취급됐는지를 알 수 있다.
중요한 자료들이 남아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보관돼 있는 자료들의 목록도 부실하다. 이런 소홀함 때문에 현 정부 출범 직후인 98년 청와대 사진기자실에서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 재임기간의 사진자료들이 무더기로 발견된 일도 있었다.
통치사료의 부실은 공문서를 사문서처럼 다뤄온 몰상식에서 비롯됐다. 역대 대통령을 비롯, 측근들은 임기말에 중요한 문서들을 몽땅 사저로 싸들고 가거나 폐기해온 게 관행이었다.
통치사료만 없는 게 아니고 각 부처의 자료들도 많이 없어졌다. 예를 들어 삼성자동차 인허가와 관련한 자료는 삼성이 정부에 제출한 각서와 국회보고서 뿐이다. 환란 직전 ‘금융시장 안정대책’의 경우 강경식(姜慶植) 당시 경제부총리 겸 재경원장관이 사인한 원본조차 없다.
이는 크게 보면 현대사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조선사는 조선왕조실록이라는 방대한 통치사료에 의해 정리될 수 있었지만 한국 현대사는 야사나 자의적인 회고에 의존해야 할 형편이다.
정부가 이런 문제점을 인식, ‘공공기관의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을 금년 1월1일부터 시행하고 있지만, 해방 이후 50년의 공백은 제대로 메울 길이 없다.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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