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1일의 노동절 집회가 화염병이 등장하는 등 과격하게 전개되자 질서를 문란케 할 우려가 있는 사람이나 단체의 집회참가를 금지하고 공휴일의 도심지 집회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집회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개정키로 했다. 경찰은 평화적인 시위 문화의 정착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부에서는 집회결사의 자유라는 국민 기본권을 침해할 우려가 높다며 반대하고 있다.■ 찬성
경찰은 지난해부터 차도 행진을 과감히 허용하고 여경기동대, 폴리스라인, 교통경찰관 등을 활용한 새로운 집회·시위 관리대책을 시행함으로써 1999년을 ‘무최루탄’ 원년으로 기록하는 성과를 올린 바 있다.
최근에는 집회·시위의 동기가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의 정치적 이슈에서 사회 각 계층과 집단의 이익으로 변하면서 집회·시위에 참여하는 계층의 저변이 확대되는 추세다. 그럼에도 불구, 종종 과거의 폭력적 집회· 시위 문화를 답습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5월1일 노동절을 전후해 1년여동안 사라졌던 각목과 화염병이 다시 등장, 무최루탄 원칙을 위협하고 교통정체 등 시민 생활에 큰 불편을 초래하면서 ‘과격시위에 이은 경찰의 강경대응’이라는 악순환이 우려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대규모 인원 동원을 통한 집회·시위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들고 있으며 집회와 무관한 다수의 국민이 직·간접 피해를 입고 있다. 경찰력이 시위 현장에 투입됨으로써 양질의 민생치안 서비스를 제공할 기회를 상실한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런 측면에서 평화적 시위문화 정착은 국가경쟁력 강화 차원에서도 적극 추진돼야할 사회적 명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은 평화적 시위문화를 정착시키기에 다소 미흡한 게 사실이다. 집회와 시위의 권리 보장도 중요하지만 이로 인해 피해를 보는 대다수 시민의 권리도 함께 존중돼야한다는 측면에서 그렇다. 따라서 집시법을 개정, 집회·시위의 주최자나 질서유지인에게 폭력시위 전력이 있는 단체의 참가를 배제토록 하는 의무를 부여, 평화적 집회를 개최토록 할 필요가 있다.
또 도심지 도로에서 대규모 인원을 동원한 집회·시위가 교통소통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할 것이 명백하다면 사전에 이를 금지할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다. 집시법이 개정되면 집회및 시위의 권리 보장과 공공 안녕질서의 조화라는 취지를 살릴 수 있고 평화적 집회·시위 문화의 정착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운우 경찰청 정보3과장·총경
■반대
경찰이 집회의 허가 요건을 강화하는 쪽으로 집시법을 개정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인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인 발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집회의 자유는 집단적인 의사표현을 통해 공동의 이익을 추구함으로써 민주정치의 실현에 기여하는 매우 중요한 기본권이다. 설사 공공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더라도, 헌법에서 집회 허가제를 절대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집회의 자유가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행 집시법은 옥외 집회·시위에 대해 사전 신고를 의무화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 장소도 제한하고 있으며 야간 집회·시위와 교통소통에 방해가 되는 집회·시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등 지나친 제한을 가하고 있다. 또 사전 신고제가 실제로는 사실상의 허가제로 운영되고 있어 위헌의 논란마저 낳고 있다.
이처럼 현행 집시법이 지나친 제한으로 말미암아 집회의 요건을 완화하는 쪽으로 개정되는 것이 마땅한데도 경찰은 그 반대로 가고 있다. 개정안의 내용은 더욱 문제다. 폭력 시위의 전력이 있는 단체의 집회 참가 배제를 의무화하겠다는 것은 한번이라도 법을 위반한 사람은 기본권을 향유할 가치가 없다는 나치즘적 발상에 다름 아니다.
질서유지선 침범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은 현행 집시법에 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으므로 전혀 설득력이 없는 주장이다. 야간의 집회·시위가 금지돼 있는데 거기서 더 나아가 주말과 공휴일까지도 금지하면 앞으로는 일하지 않는 사람에게만 집회의 자유가 보장될 것이다.
집회 신고시 질서유지 각서를 제출하라는 것은 준법서약서와 마찬가지로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결코 허용돼서는 안될 것이다. 경찰의 이번 집시법 개정안은 한마디로 국민의 기본권은 도외시한 채 경찰 편의주의에만 치우친 것으로 잘못된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김도형 변호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