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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성조지 '노근리는 우발사건' 보도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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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성조지 '노근리는 우발사건' 보도의미

입력
2000.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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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근리학살 사건의 진상규명이 미 성조지의 보도를 계기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성조지 보도의 핵심은 학살현장을 적나라하게 증언함으로써 AP보도에 결정적인 신뢰도를 부여했던 2명의 증인이 사건 당시 현장에 없었다는 점, 노근리철교에서의 총격은 불과 30초에 지나지 않았다는 점, 사흘에 걸쳐 학살을 저지른 것으로 보도된 제1기갑사단 7연대 H중대는 당시 현장에 하루도 안되는 16-20시간밖에 머물지 않았다는 점 세가지.

성조지는 이를 근거로 노근리사건은 전쟁 초기 북한 인민군의 공세로 패퇴를 거듭하던 미군이 ‘정신적 공황(panic)’에 빠져 빚어진 단순사고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같은 주장이 왜 하필 미 육군의 기관지나 다름없는 성조지에 보도됐느냐는 점이다. 일부에서는 미군측이 노근리사건의 성격을 상관의 지시에 따른 조직적 사건이 아니라 단순사고로 잠정결론을 내린 후 일부러 성조지에 흘려 여론을 떠보려는 ‘물타기작전’이 아니냐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미측의 최근 행보를 보면 석연치 않은 점이 적지 않다. 이 사건이 보도되자 미 국방부 등은 즉각 진상조사에 착수하는 한편 루이스 칼데라 육군장관까지 방한해 철저한 진상조사 의지를 피력했다. 또 한국전 발발 50주년인 올 6월말 전에 진상조사를 마무리짓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올들어 미군측은 “현장부대원들이 증언을 꺼린다” “검증해야할 자료가 워낙 방대하다”는 등 조사가 순조롭지 않다는 분위기를 만들더니 이달 초 방미한 한국측 노근리사건 자문위원단에게 “연말께나 돼야 조사가 마무리될 것같다”고 밝히기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미측은 한국 국방부에 단순사고일 가능성이 크다는 잠정결론을 전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노근리사건 유족측의 변호인인 마이클 최변호사는 “미측이 이미 결론을 내려놓고도 유사사건에 미칠 파장을 우려한 빌 클린턴 행정부가 다음 정권으로 사건 자체를 떠넘기려는 저의가 엿보인다”며 “한미 양국간의 상호동맹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 한국 국방부 당국자들도 이에 동조하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고 말했다.

노근리사건은 자칫 유족측의 주장과는 거리가 먼 결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커 한국측의 보다 적극적인 대처가 시급하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syy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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