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철도 차량 선정 로비는 최만석씨 혼자 주도했을까.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을 종합해볼 때 알스톰사측은 최씨 외에도 여러 경로를 통해 정·관계에 입체적인 로비를 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우선 주목되는 대목은 유럽재계의 거물인 프랑스 알스톰사 회장이 직접 한국을 방문했다는 부분.
검찰에 따르면 알스톰사 회장은 93년 4월 서울 C호텔에서 호기춘씨 소개로 만난 최씨에게 “TGV가 고속철도 차량으로 선정되도록 새 정부 고위관계자에게 청탁해달라”며 계약 성사대가로 지분의 1%를 사례금으로 지급하겠다는 약정을 맺었다.
알스톰사 한국지사장인 C씨가 최씨를 만나 정·관계 로비를 부탁한 지 불과 3개월 뒤에 최고위 인사가 또다시 최씨를 만난 것은 로비능력을 직접 확인하려는 의도 외에 다른 한편으로 최씨를 통해 당시 ‘실세’들을 소개받으려 했으리라는 추측을 낳고 있다.
실제로 76년 일본의 ‘록히드사건’때도 록히드사가 중간 로비스트 없이 자사의 대행업무를 맡고 있는 마루베니사 회장을 통해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 총리에게 5억엔을 건넨 사실이 적발됐었다.
알스톰사는 또 ‘제3의 인물’을 로비스트로 별도 고용해 전방위로비를 펼쳤을 개연성이 높다.
최씨와 친분이 깊은 전 삼미그룹 부회장 서상록(徐相綠)씨는 이와 관련, “나도 알스톰사 관계자로부터 로비스트 제의를 받았다”면서 “그때 그가 ‘지금 일하는 피터 최(최만석씨의 미국명)는 시원찮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사실 최씨는 92년 YS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뒤 문민정부 관계자들로부터 그다지 ‘대접’을 못 받고 있던 상태였다.
엄청난 이권이 걸려 있는 대형 국책사업을 수주하려는 알스톰사측으로서는 당시 이같은 상황을 알고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은 또다른 인물을 로비스트로 고용해 적극 활용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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