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뭉쳐야 삽니다”로베르 슈망(1886-1963) 전 프랑스 외무장관이 2차 대전후 서로 으르렁대기만 하던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각국에 화해를 촉구한 지 9일로 50주년을 맞았다. 1950년 5월9일 슈망의 제안을 계기로 유럽은 정치·경제·군사적 통합을 지향한 ‘유럽합중국’의 길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유럽연합(EU)은 ‘슈망 선언’을 실현하겠다는 다짐의 차원에서 이날을 ‘유럽의 날(Europe Day)’로 기념하고 있다. 로마노 프로디 EU 집행위원회 위원장은 9일 기념사에서 “슈망의 구상은 유럽 역사의 흐름을 바꿨다”면서 “천재의 수완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슈망은 50년전 이날 “더 이상 프랑스와 독일 간에 전쟁은 있을 수 없다”면서 적대관계였던 양국의 석탄철강산업을 통합하는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 구상을 발표했다. 슈망의 제의에 따라 이듬해 6개국이 ECSC에 참여, 유럽 통합의 단초가 마련됐다. ECSC는 1957년 유럽경제공동체(EEC), 92년 EU로 확대 발전했다. EU는 15개 회원국으로 불어났고 현재 옛 공산권국가를 비롯해 10여개 국가와 가입 협상을 하고 있다.
사실 슈망 자신은 ‘침략국’ 독일의 피해자였다. 1919년 이래 프랑스 하원의원을 지낸 슈망은 독일이 프랑스를 점령한 1940년 9월 게슈타포에 의해 체포돼 옥고를 치러야 했다. 1942년 우여곡절끝에 감옥을 탈출한 그는 레지스탕스 운동에 가담, 실제 총을 들고 싸웠다.
하지만 그는 독일 등 유럽 내의 앙금을 풀지 않고는 또다른 재앙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1946년부터 재무·외무·법무장관, 총리를 역임한 그는 독일과의 국교회복 등을 추진하는 등 유럽통합 구상을 실천에 옮겼다. 1958-60년에는 EEC 총회 의장을 역임했다. EU는 홈페이지(www.europa.eu.int)에 슈망의 업적과 그 이념을 소개하고 있다.
/이동준기자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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