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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철 로비파문 / 로비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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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철 로비파문 / 로비 있었나...

입력
2000.05.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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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고속철도 차량 선정 과정에 실제 거액의 금품이 오가는 로비가 있었던 것일까. 검찰이 고속철도 차량 선정을 둘러싼 로비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함에 따라 로비의 실체가 드러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일단 당시 고속철도 차량 기종으로 프랑스 알스톰사의 TGV가 선정될 당시 결재라인에 있었던 인사들이나 건교부, 고속철도건설공단 관계자들은 거액 로비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차량 선정 과정을 알고있는 한 인사는 “알스톰사가 당시 김대통령에게 거액의 리베이트를 제의했다가 거절당했다”며 “당시 김대통령은 리베이트 제의를 이유로 실무진에 차량 도입 가격을 낮추라고 지시, 관철시켰다”고 말했다.

건설교통부의 한 관계자도 “당시 알스톰사가 여러 경로를 통해 로비를 해왔으나 먹혀들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유광(朴有光) 당시 고속철도건설공단 이사장도 “6회에 걸친 평가작업을 통해 도입가격이 2억달러 이상 싸졌고 기술이전 조건도 좋아졌다”며 “로비가 있었다면 이런 일이 가능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검찰이 사건에 접근하는 시각은 좀 다르다. 우선 알스톰사 한국지사장의 부인인 호기춘(51)씨와 최만석(59)씨가 받은 돈의 액수와 수수 시기, 이들의 역할에 관한 의문이다. 두 사람이 알스톰사로부터 1,100만달러를 받은 시기는 기종 선정 계약이 체결된 뒤 5-9개월이나 지난 94년 11월과 95년 5월이었다.

공식 로비스트로 강귀희(65)씨를 고용했던 알스톰사가‘최씨’라는 다른 루트를 통해 로비를 시도, 계약 성공까지 이르게 되자 답례로 돈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여겨지는 대목인 것이다.

여기에 더해 최씨는 주변에 김영삼 전 대통령의 측근인 C의원 등과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문민정부 정·관계 인사들을 많이 안다”는 등 인맥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알스톰사가 최씨, 호씨와 정식 에이전트(agent) 계약조차 맺지않은 상태에서 사업금액의 1%에 달하는 1,100만달러를 선뜻 건네준 것은 결국 최씨의 로비가 있었음을 간접 시인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보고있다.

즉 최씨가 사전 로비를 통해 뿌린 돈에 사례금을 더해 준 것이거나, 아니면 선정과정에 영향력을 발휘해 준 인사들에게 전해줄 돈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강씨가 사업 성격상 기종 선정의 최종 결재권을 가진 대통령 등 권력 핵심층에 대한 로비를 담당하고, 최씨 등은 정·관계 로비를 담당하는 ‘2중 로비’형태가 아니었나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최씨의 개인적인 경력, 국내 정·관계에서의 미미한 인지도, 고속철도 사업의 성격 등의 측면에서 볼 때 실제 로비가 이뤄지기는 힘들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박정철기자parkj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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