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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만족상' 검은 커넥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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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만족상' 검은 커넥션

입력
2000.05.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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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검찰에 적발된 ‘소비자 만족상’선정과정에서의 행사 주최측과 기업체 간부들간의 검은 커넥션은 소비자들의 정당한 제품선택권을 침해하는 등 소비자를 우롱하는 처사라는 거센 비난을 받기에 충분하다.◆주최측과 업체간 뒷거래◆

전승희(田昇禧·38·여)씨 등 소비자만족상 행사 주최측은 신문·방송 광고를 통해 많은 기업들이 행사에 참여하도록 하면서 동시에 몇몇 기업들을 미리 수상자로 선정, 이들 업체로부터 거액의 돈을 받고 실제 여론조사 결과와는 상관없이 수상자를 선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씨는 1995년 수상업체가 결정되기 두달 전인 10월에 이미 S실업으로부터 자사제품을 소비자만족대상 수상자로 선정해 주는 대가로 1억원을 받는 등 해마다 수상자가 결정되기도 전에 기업들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받았다.

전씨는 한국마케팅연구원의 시장조사 결과 1위 상품으로 선정된 업체에 광고비를 요구했다가 거절당하면 2위나 3위 업체에 연락, ‘우수상품으로 선정되었다’며 광고비 명목으로 거액의 돈을 요구한 것으로 밝혀졌다.이 과정에서 한국마케팅연구원 관계자에게 돈을 주고 시장조사 결과를 조작하기도 했다.

전씨는 이 과정에서 2위나 3위 업체를 1위로 만들기 위해 점수를 조작하거나 경쟁업체 상품을 아예 조사대상에서 제외하기도 했다. 전씨는 또 시장조사 결과와 우수상품 선정결과를 철저히 비밀에 부쳐 많은 기업들이 결과를 모르는 상태에서 금품 요구에 응하게 만들었다.

◆기업들의 빗나간 홍보전략◆

이번 사건은 단순한 제품광고로는 소비자들의 주목을 끌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주요 언론사나 여성단체에서 주는 상을 받았다는 사실을 광고에 활용하려 했던 기업들의 홍보전략도 한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다. 상당수의 대기업이 정확한 시장조사 결과를 모르면서도 ‘우수상품으로 지정되었으니 광고비가 필요하다’는 전씨의 말에 쉽게 돈을 준 것.

결국 97년 소비자만족도 조사 결과 2위와 3위 업체가 광고비 명목으로 돈을 건넨 후 수상제품으로 선정된 경우가 전체 35개 제품 가운데 16개 제품이나 됐고 이 과정에서 9억6,500만원의 돈이 오고갔다. 지난해에도 14개 제품의 순위가 바뀌는 과정에서 3억800만원이 광고비로 지출됐다.

한편 이번 사건으로 인해 소비자단체, 넓게는 시민단체의 도덕성에도 상당한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소비자단체의 이름을 걸고 치른 행사에서 주최측과 기업 간 검은 뒷거래가 있었는가 하면, 소비자보호단체협의회 간부가 시민단체의 불매운동을 중단해 주는 대가로 해당 기업에서 1억원을 받은 뒤 돌연 사표를 내 결국 불매운동 자체가 무산된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지난 63년 창립돼 120만명의 회원을 가진 한국부인회는 이번 사건과 관련, “95년 7월께 전씨가 물의를 일으켜 내보낸 뒤로는 우리와 아무 상관이 없다”고 밝혔다.

/양정대기자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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