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는 욕구이다. 문명과 이성을 깨고 인간의 잔인한 본성을 드러내고자 하는. 알렉스 이글레시아는 ‘야수의 날’(1996년)로 우리에게 알려진 스페인의 컬트영화 감독. 유혈이 낭자한 화면과 거침없는 폭력, 기독교에 반항하는 이교도의 이질적 종교의식으로 인간구원 문제를 다룬다. 97년도 작품인 ‘프레디타’ 역시 섹스와 마약, 이교도적 의식과 엽기적 살인이 어우러진다.멕시코 출신 마약 밀거래자이자 사이비 종교 의식집행인인 로미오(하비르 바템)와 살인과 섹스가 인생의 최고라고 믿는 여자 프레디타(로지 페레즈). 둘이 육체에 탐닉하고, 납치한 백인부부와의 스와핑(부부교환)을 벌이며, 백인부부 아이를 산 채로 제물로 바치려 한다. 시체를 난도질하고 살인을 행하는 광신주의와 악마주의와 카니발리즘(잔인한 행위)으로 치닫는다. 이런 이탈과 잔혹행위는 쾌락인 동시에 성스러운 의식이다. 인간의 숭고함이란 애초 존재하지도, 지킬 가치도 없는 것이다.
‘하몽 하몽’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하비르 바템의 꿈틀대는 본능과 감정 연기도 여전하다. ‘야수의 날’을 기억하는 영화팬이라면 또 한번 이글레시아 감독의 잔혹 판타스틱에 몸을 떨며 빠져들 것이다. 브뤼셀 국제판타스틱영화제 특별상 수상작. 13일 개봉.
/이대현기자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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