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투석전문의협회 소속 의사들은 5일째 심한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투석전문의가 아닌 일반 의사들도 말문이 막혔다. 이른바 ‘동네의원’을 운영하는 ‘건강한 동네의사’가 졸지에 사망했기 때문이다. 사인은 심근경색증. 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심장마비였다.내과 전문의 S(53)원장. 충북 제천에서 인공신장실을 갖춘 동네의원을 운영하던 S원장은 6일 오전 11시30분께 자신의 진료실에서 갑자기 쓰러졌다. 전화를 받고 달려온 동료 의사들이 30분이상 소생을 시도했으나 끝내 숨졌다.
사고당시 현장에 있었던 한 간호사는 “만성신부전증 환자로부터 모욕적인 욕설을 들은 뒤 쓰러졌다”고 말했다. 이 간호사는 S원장이 수개월전부터 투석환자들로부터 진료외의 부당한 요구를 받아왔고, 이로인해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전했다.
투석 전문의들은 S원장의 죽음이 땅에 떨어진 의권(醫權)의 실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인공신장실을 갖춘 의료기관이 늘면서 병·의원간에 환자유치 경쟁이 치열해지고, 이 과정에서 무자격자에 의한 무료투석 등이 환자들을 유혹했다. 상대적으로 정당하게 진료비를 받고 투석을 해온 의료기관은 위축됐다. 나아가 기존 환자들로부터 ‘진료비 할인 압력’에 시달려야 했다.
대한투석전문의협회는 ‘제2의 S원장’이 생기지 않도록 보건당국에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사태를 이 지경으로 몰고간 관계기관의 각성과 의료 무질서에 대한 시정요구다.
/김진각기자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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